57세의 여성이 15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갱년기 증세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밑에가 많이 건조하고 가려운 증세가 있다가, 그 후 계속 방광증세가 생기고, 지금은 크랜베리(cranberry) 알약을 습관적으로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 방광염이 걸려서, 여행을 갈 때면 아예 치프로(cipro)라는 항생제를 가지고 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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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지금 51세에 폐경하고, 지난 6년 동안 여성호르몬 고갈상태였습니다. 즉 폐경으로 인해 질과 방광이 계속 약해지고, 폐경성 질염과 방광탈출증에 이어 미세한 요실금까지 생겼습니다. 기침을 하거나 줄넘기 운동이나 다른 뛰는 운동을 하면 소변이 새나오는 요실금이 생긴 것입니다.
결국 폐경 후에 계속 방광이 약해지고 또 요도가 늘어나서 쉽게 질과 회음부의 세균이 방광으로 들어가는 병이 생긴 것인데, 그래도 이 분은 크랜베리 주스나 알약으로 혹시라도 들어올 수 있는 박테리아를 막고 사는 지혜를 터득하신 것입니다. 크랜베리 주스에는 특별한 성분이 있어서 방광벽에서 박테리아를 씻어내는 역활을 합니다. 그래서 방광염 시초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 염증이 치료가 되기도 하는 아주 중요한 민간요법입니다.
그런데 여성 장기들은 여성호르몬이 있어야 건강하고 탄력을 유지하는데, 폐경 후에 여성호르몬이 없어지면 급격하게 약해지고 얇아지고 탄력성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립동물이기에, 오래 서 있으면 당연히 이 약해진 장기들이 밑으로 빠져 나오는데, 그래서 방광이 빠져나오는 방광탈출증, 대장 마지막 부분이 빠져나오는 직장탈출증, 그리고 요도부위가 늘어나고 느슨해져서 소변이 새는 요실금 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폐경 후 여성호르몬 크림(cream)을 질 속으로 투입시키면 질과 방광 그리고 직장이 늘어나고 밑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폐경성질염과 방광탈출증은 방치해두면 계속 악화되고 수술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호르몬 크림을 꼭 써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질환의 자각증세는 없어도, 홍조나 불면증 짜증 초조함 등 다른 갱년기 증세 때문에 알약으로 호르몬제를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은 전혀 호르몬을 쓰지 않는 분들보다 방광 문제가 덜 생깁니다.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호르몬 크림으로 치료하지않고, 장기 등이 다 빠져 나온 후에 수술만 하려고 기다리는 것은, 치과에서 충치를 방치해두고 치료를 안하다가, 다 썩고 나서는 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충치를 간단히 치료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이빨을 뽑고 임플란트를 하자고 하면 절대로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호르몬제 쓰기가 귀찮다고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병은 심해지기 전에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계몽과 환자교육이 치료 이전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것입니다. 오늘 오신 57세의 여성은 호르몬 크림을 당장 시작하고 방광과 질이 약해져서 생기는 불편을 없애기로 약속했습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