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명문대학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급증해 학교들에 비상이 걸렸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8대 명문대학)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는 2014∼2015년 사이 13개월간 무려 6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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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성공만을 강조하는 극성 학부모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올 들어 뉴올리언즈에 있는 툴레인대학에서도 4명, 코넬대학에서는 2009∼2010년 사이 6명, 유명 뉴욕대학에서도 2003∼2004년 5명이 목숨을 끊었다.
대학 상담센터들의 조사 결과,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2년 새 13%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고등학교에서 일등만 하다가 명문대에 들어온 뒤 자신보다 훨씬 우수한 친구들을 만나며 겪는 충격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목숨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친구와 학교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펜실베이니아대학 학생 캐서린 드윗은 "한 친구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였고, 다른 학생은 과학 경시대회 1등을 한 친구였다. 모든 친구가 너무나 우수했고 훌륭했다"면서 똑똑하고 아름답고 부유한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자 좌절했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을 오랫동안 상담한 학내 상담사들은 극심한 경쟁 못지않게 외형적 성공만을 중시하고, 다 큰 자식들의 일상에 간섭하며, 독립의 기회를 앗아가는 부모들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다 큰 자식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가 문제였다면, 요즘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예 부모가 앞장서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잔디깎기 부모'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1학년 담당 학장 줄리 리트콧-하임스는 2002년 학장으로 취임한 뒤 부모가 자식과 항상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수업 등록을 도와주러 직접 오거나, 심지어 교수 면담까지 신청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런 부모를 창피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동성이나 이성 친구가 아니라 부모라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리트콧-하임스는 "부모들의 이런 사랑은 자식을 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숨을 조이게 만든다"면서 성인이 된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홀로 서고, 실패도 맛볼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대학들도 이런 문제를 비단 학생들의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성공 문화'의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은 홀러란 사건 뒤 태크스포스와 상담 핫라인을 구축했다.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다닌다는 '펜 페이스'(Penn Face·펜실베이니아 학생들 사이에서 포커페이스를 지칭하는 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탠퍼드대학 역시 '오리 신드롬'을 되짚어 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리처럼 겉으로는 우아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힘들게 발질을 하며 사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못생긴 셀카' 사진을 교환하자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아름답고 예쁜 사진만 돌리는 세태를 못마땅하게 여긴 학생들이 세운 그룹이다.
학생들의 학내 부적응이 목숨을 맞바꾸는 일이 늘어나자, 휴학과 복학이 까다로운 미국 명문대학들의 정책도 바뀌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휴학 시 복학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일대학은 올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학생이 정신적 문제로 휴학하면 복학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유서를 남긴 일이 불거지고서부터 정신건강 문제에 따라 휴학할 경우 복학이 보장되도록 학칙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