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제품인 ‘윈도10’ 운영체제를 설치한 PC에서 청와대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자 ‘이 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필요합니다(This website needs Internet Explorer)’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MS가 지난달 선보인 최신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엣지(Edge)’를 쓰지 말고, 구 버전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쓰라는 권고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삼성카드 등 주요 금융회사 10곳과 11번가, G마켓, 쿠팡, 롯데닷컴 등 쇼핑몰 10곳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대다수 인터넷 사이트가 글로벌 웹표준기술(HTML5)을 쓰지 않는데다 비표준 프로그램인 ‘액티브X’와 같은 낡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보안·인증·결제와 같은 부가 기능을 설치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추가 기능을 사용하려면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데 이게 액티브X이다.

이 기술은 보안상의 문제가 많아 최근들어서는 해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비표준 기술이다. 또한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액티브X와 같은 낡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언급했고, 액티브X의 개발사인 MS조차도 포기한 낡은 기술인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액티브 X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인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지하지 못한 데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과 특수한 국내 인터넷 환경을 꼽고 있다.

액티브X를 폐지하고 각종 시스템 개편과 함께 웹표준으로 변환하려면 최소 2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은행이나 쇼핑몰 등은 규모에 따라 많게는 60억원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그리고 시스템을 변경했을 때, 결제나 이체 송금과 같은 은행거래를 할 때 액티브X와 같은 공인인증서 대신 사용할 본인 인증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체 인증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위험이 따른다.

특수한 국내 인터넷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초기에 액티브X 체계로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이 운영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의 IE 사용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4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87.5%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롬 9.26%, 파이어폭스 1.51%, 사파리 0.57%가 그 뒤를 이었다.

인터넷 이용자의 10명중 9명이 공공기관 등의 사이트를 원활히 이용하려면 시스템 업데이트를 보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공공기관들의 대응이 주목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