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여성이 6개월 전부터 이상한 물 같은 분홍색 분비물이 나와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다 의사를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자궁암 검사와 초음파를 하고 아무런 변화를 발견 못해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른 의사를 찾았다고 합니다. 다른 의사는 일단 자궁내막이 변화했을지 모르니까 일단 조직 검사를 하자고 해서 아프게 검사를 했습니댜. 검사하고 나서 결과가 별 문제 없으니 그냥 그러고 살면 된다고 했습니다. 나이 때문에 생기는 변화 같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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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런 일은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분은 검사 후 몇 주를 지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다 수소문 끝에 박해영산부인과에 가면 자궁 안에 생기는 문제는 정확하게 그 자리에서 내시경으로 진단을 해준다고 해서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일단 내진을 하고 분비물을 현미경으로 봤더니 소량의 피가 보였습니다. 초음파로 봤더니 자궁 안에 벌써 이상한 물체가 생긴 것이 보였습니다. 내시경으로 직접 보았더니 복잡한 용종 같은 게 여러 개가 있었고, 그 사이에는 허물 허물한 비지같은 세포조직이 보였습니다. 벌써 보기만 해도 진단되는 자궁내막암이었습니다.
깨끗하게 다 정리해서 병리과 선생에게 보냈더니 조직검사 결과가 복잡한 자궁내막증식증에 부분적이 암이라고 판명 나왔읍니다. Complex Hyperplasia with focal adenocarcinoma라고 진단이 나온 이 분은 초음파상 자궁근육 자체는 암이 침투한 것 같지 않아서, 일단 CT scan을 찍어서 확인을 하고 임파선에 혹시 변화가 생긴 지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자궁은 자궁내막, 자궁근육, 그리고 복강의 다른 조직들과 접촉하는 부위인 자궁껍질로 나누어지는데, 이 자궁내막이 바로 생리때 피가 나오게 하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자궁내막이 암으로 변하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바깥으로 번지게 되는데 자궁근육을 뚫고 지나가지 않으면 이 정도의 암은 자궁만 들어내면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도 필요없이 완쾌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 분은 상식적으로 이럴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스스로 살 길을 찾은 것입니다. 만약에 착하게 다른 두 의사를 믿고 있었으면 암을 초기에 잡지 못하고 아마 얼마 후에 암이 번져서 사망했을 것입니다. 정말 갑자기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게 하는 이 환자의 케이스에서 잠깐 배울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우리 스스로 상식과 지식을 늘리고 많이 읽고 배워야겠습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은 그냥 믿기 전에 정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둘째는 잘 모를 때는 두루 두루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도 전문가 나름이니까, 어떤 전문가가 무슨 소리를 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때는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요즘은 애들도 구글 서치(google search)를 해서 선생님이 잘못 알고 가르치는 것을 바로 지적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인터넷 서치(internet search)를 하면, 자궁에서 이상한 분비물이 나오면 의사가 분비물의 성분에 대해 습식 도말검사(wet mount)라는 현미경 조사를 하고 여기서 피가 보일 경우 폐경 후 출혈은 바로 암이 될 수 있다고 나옵니다. 환자 여러분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진실을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바로 이게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