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급등하면서 12일 장중 1,19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의 중론이 돼온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관측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증시와 원자재 시장도 큰 혼란 상태에 빠졌다.

Like Us on Facebook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고시환율보다 1.86% 오른 액수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24분께 지난 2011년 10월 5일 1,195.0원(장중)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192.8원까지 오르는 등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에 진입한 것도 2011년 10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이밖에 싱가포르 달러와 인도 루피, 말레이시아 링깃, 중국 위안 환율이 0.5∼2,5% 치솟았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박사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후 시장 추이를 지켜볼 줄 알았는데 연달아 절하를 단행해 파급 효과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연속 위안화를 절하했다는 것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최대 교역국인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 주요증시도 위안화 추가 절하 조치가 발표된 오전 10시30분 이후 낙폭이 확대되며 충격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 주요증시도 중국발 돌발변수에 출렁거렸다.

전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1% 내린 6,664.54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2.7% 하락한 11,293.65,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 내린 5,099.03을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21% 떨어진 17,402.8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96%, 1.27% 떨어졌다.

신흥국도 위안화 평가 절하로 타격을 받았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1.1% 하락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중국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11일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전날보다 4.2% 떨어진 배럴당 43.08 달러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2.4% 하락한 배럴당 49.18 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1.6% 하락했고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6년 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물 구리 가격은 1t 당 5,125 달러로 3.5% 하락했다.

알루미늄 값은 약 2.1% 떨어졌고, 니켈은 3.5%, 주석은 3%, 납은 2.1% 각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돌발변수에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

10년 물 미국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11일 2.14%로 전날 대비 0.09% 포인트 떨어졌다.

금 가격은 1온스 당 3.60 달러 오른 1,107.70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중국의 전격적인 통화 절하에 대해 월가 관계자들은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9월 금리 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증권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시장이 (중국 때문에) 계속 요동치지 않은 한, 이번 조치가 연준 결정에 이렇다 할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의 수출 위축과 소비자 물가 하락이 걸림돌이지만, 미 경기 추세를 바꾸거나 노동시장 회복세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 모건 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도 11일자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격 조치가 연준 정책 결정에 대한 맞바람이기는 하지만 정책 기조를 바꿀 만큼 강하지는 않다"면서 연준이 내달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판단이 불변이라고 덧붙였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제를 회복시켜 세계 성장을 부추김으로써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기조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달러 강세 충격을 최소한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경제분석 전문기관 코너스톤 마르코의 로베르토 페를리 파트너가 로이터에 전했다.

그러나 중국발 돌발변수가 연준을 주춤하게 하는 요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마이클 월리스는 로이터에 "중국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9월 이후로) 늦추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시장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논의에도 (중국 조치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또 중국이 추가 조치를 할지도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이후의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