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최저임금이 15달러(약 1만8,000원)로 크게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점주들이 임금에 대한 부담으로 로봇을 도입할 수 있어 오히려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최저임금 인상 공세가 자동화 식당을 늘릴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건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계가 인간 대신 로봇을 고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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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는 뉴욕주가 패스트푸드 식당 종업원의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따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미국 1,500개 맥도날드 직영점 직원 9만명의 최저 시급이 평균 9.01달러에서 9.90달러로 올랐으며, 2016년 말까지는 10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맥도널드가 결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식당 자동화를 통한 종업원 감원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약 30%에 달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방 최저시급인 7달러25센트가 두 배로 뛰어오르면, 경영자들이 최소한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 정도는 사들일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이미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미국과 호주·홍콩·한국 등 일부 매장에서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직접 선택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기계화,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이 목표라고 보도했다.

WP는 "이미 일부 패스트푸드 체인은 로봇 고용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만약 로봇이 본격적으로 인간을 대체할 경우, 330만 현금 출납계, 300만 요리 담당, 240만 매장 직원 등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피자 프렌차이즈 업체 '페르소나 피자'의 해럴드 밀러 부회장은 WP에 "최저임금 상승은 요식업계의 회계 자체를 뒤집어 놓는 처사"라면서 "임금을 많이 주면서 직원들을 오래 잘 데리고 있으려면 결국 식당이 살아남으려고 로봇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식탁에 주문용 태블릿PC을 설치해 웨이터를 대체하고, 자동 결제로 출납원을, 무인기(드론) 배달로 배달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상승이 실제로 급격한 패스트푸드 업계의 자동화와 종업원의 대량실업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패스트푸드 업체 '팻버거'의 앤디 위더혼 사장은 "실제 사람이 판매를 촉진하는 최고의 요소"라며 "식탁의 태블릿PC 상대로 질문을 하거나 추천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은 햄버거, 감자튀김, 음료를 파는 곳에 와서 '이것 주세요'라고 사람한테 말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접객산업에서 기술력이 인력을 대체할 것이란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다"고 말했다.

허드슨 라일 전국요식업협회 수석 부회장은 패스트푸드 업계는 접객업이므로 첨단기술 환경에서 고객과 종업원의 친밀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과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라일 부회장은 그러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게 서비스업"이라며 "요식업체 경영자들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급격한 기술 발달에도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숫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자동화를 크게 촉진하는 정보기술(IT)이 급격히 발달한 지난 10년 동안 패스트푸드점의 평균 직원 수는 17.16명에서 15.28명으로 2명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