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장관 첫 북극회의 참석... 기후변화·북극 문제 국제적 영향력 높아지나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주도하는 북극 고위급 다자회의가 31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개막, '기후변화'와 '북극'이라는 두 가지 이슈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전 세계에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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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빙으로 북극의 환경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는 한편 항로 개척과 자원 개발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각축이 심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빙하 냉전'(ice-cold war)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

그동안 북극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아왔던 미국이 북극을 주제로 대규모 고위급 다자회의를 개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국무부가 행사 전체를 주관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알래스카에 방문했다.

지난 1959년 미국에 49번째 주로 편입된 알래스카에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발을 디딘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역사적인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폐막식에도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합의 도출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오전 앵커리지 드나이나 시민컨벤션 센터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장관 등 북극 이사회 소속 8개국과 한국을 포함한 정식 옵서버 12개국 외교장관 또는 장관급 고위인사, 북극 원주민 대표, 과학자, 비정부기구, 산업계 대표 등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극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의 정식 명칭은 '북극에서의 글로벌 리더십: 협력과 혁신, 관여와 복원'으로, 주요 단어의 첫 번째 철자를 연결해 약칭 '글래시어(Glacier·빙하) 정상회의'로도 불린다.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는 ▲기후 변화에서 북극의 고유한 역할 ▲북극 기후 대응과 적응계획 ▲북극해·환경보호·지역사회 지원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북극 이사회 의장국을 수임한 미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위기에 처한 북극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모멘텀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개최한 것이다.

그동안 북극 문제를 논의해 온 최고의 다자 협의체는 북극 이사회 각료회의다. 연안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이 주도해 의사를 결정하는 전원합의체로서 의장국 임기인 2년마다 한 차례 개최되는데, 지난 5월부터 미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에 북극 이사회의 틀을 버리고 독자로 회의를 주최, 앞으로 미국이 북극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에 회의가 열린 알래스카는 '기후 변화의 그라운드 제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빙하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한 '얼음 비원(秘園)'이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해안가 마을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9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이대로 놔두면 세기말에 이르러 알래스카 기온이 6도에서 12도까지 오를 것"이라며 "1년에 3피트 이상 해안가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해수면 상승이 섬 하나를 삼켜버렸고, 마을 네 개는 즉각적 위험에 놓여 있고 주민들은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극 지역은 이미 지난 100년 사이 지구 상의 다른 곳보다 배 이상 기온이 올랐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공식 분석이다.

한편, 한국의 외교장관도 이번에 북극 관련 고위급 다자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북극과 기후변화 문제에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정부를 대표한 윤 장관은 첫 번째 세션에서 선도발언을 통해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양대축으로 하는 북극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로 천명했다.

특히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외교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윤 장관과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해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