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불법 이민자 근절 대책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페덱스(FedEx) 화물처럼 추적하자는 '황당한' 공약을 내놔 역풍을 맞고 있다.

또다른 대선후보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멕시코뿐만 아니라 캐나다와의 국경에도 장벽 설치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주요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티 주지사는 전날 뉴햄프셔 주(州) 타운홀 미팅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던 중 "온라인에 접속하기만 하면 페덱스는 당신의 화물이 트럭에 있는지, 역에 있는지, 항공기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사람(외국인)들이 비자를 갖고 이 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비자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비자 기한이 얼마든지 (만료가 되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찾을 수 있고, 그 사람들한테 가서 어깨를 두드리며 '방문해 줘서 고맙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적시스템이 비자 기한 만료 후에도 미국에 체류하는 불법 이민자 숫자를 적어도 4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페덱스 창업자인 프레드 스미스에게 연방정부 이민관세국(ICE)에 와서 딱 3개월만 일해달라고, ICE 직원들에게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또다른 경선 주자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멕시코뿐만 아니라 캐나다와의 국경에도 장벽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워커 주지사는 같은 날 방영된 NBC뉴스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쪽 국경(미국-캐나다 국경)에도 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논의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주 뉴햄프셔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던 중 경찰관들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관해 타당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미국이 공항과 항만 경비에 수백만 달러를 쓰는데 국경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불법이민자가 아니라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국경 경비를 강화하자는 자신의 주장이 반드시 장벽 설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정보기관이 대테러 능력과 그들이 우리를 지키는 데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캐나다 국경은 길이가 8,892㎞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두 나라 사이 국경이다.

앞서 미국 대선 초반을 주도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폐지하고 불법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취소하겠다는 이민공약을 내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는 아울러 비자 기간을 넘겨 체류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미국 체류 신청자들이 주거, 의료 비용을 스스로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증(green cards) 발급을 중단해 미국 내 실업자의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아울러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 '강간범'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물론, 멕시코가 미국과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위한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미국 내 체류가 허용되는 멕시코 기업인과 외교관, 노동자들에 대한 임시비자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송금하는 돈을 몰수하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항구의 사용료를 올리며, 미국 이민관세수사청(ICE) 인력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