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22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시 행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미국에서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추진하는 첫 대도시가 됐다.

그동안 위안부 기림비는 지난 2010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1호를 시작으로 뉴욕주 롱아일랜드,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로너트파크, 뉴저지주 유니온시티,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미시건주 미시간시티 등 총 9개 지역에 10개가 세워졌는데, 모두 중소도시이거나 대도시 외곽의 위성도시들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이날 시 청사 대회의실에서 시의원 11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에릭 마 의원이 발의한 제150764호 '샌프란시스코 시 겸 카운티가 위안부들을 위한 기념물을 설치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심의·의결했다.

런던 브리드 의장은 이날 14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이 결의안이 당일 의원들의 일부 문구 추가 제안을 거쳐 만장일치로 가결됐음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에드 리 시장이 이끄는 시 행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절차를 밟아 기림비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설치할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마 의원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 등 공공장소에 이를 건립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대도시에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하는 결정을 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었다.

이 결의안은 7월 12일 제출됐으며, 그간 상임위원회 토의와 공청회를 거쳤다.

이날 방청석에는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87) 할머니 등 결의안을 지지해 온 활동가들과 현지 시민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250여명의 정원을 가득 채운 것은 물론 개방된 추가 방에서 스크린을 통해 역사적인 결의안 통과 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시민 중 상당수는 위안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 문양이 그려진 검은 바탕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특히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안부기림비 건립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07년 미연방하원이 만장일치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청문회에서 피맺힌 증언을 내놓아 결의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역이었으며, 이번 샌프란시스코의 기림비 건립 결의안 만장일치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초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11명 중 3명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했지만,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증언한 이후 찬성으로 입장을 굳혔기 때문이다.

당시 공청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계주민 1명이 자신 앞에서 '자발적으로 위안부로 갔으니 매춘부다'는 망언을 늘어놓자 '역사의 산증인앞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이날 시의원들은 이용수 할머니가 샌프란시스코까지 와주고 이곳에 중대한 역사의 교훈을 알린 것에 감사를 표했다.

특히 결의안 발의를 주도한 에릭 마 시의원은 "이용수 할머니 당신이 샌프란시스코를 바꿨습니다.(Grandma Lee, you changed San Francisco.)"라고 치하하기도 했다.

결의안 통과 직후 이용수 할머니는 "역사의 진실은 침묵될 수 없다.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모든 희생된 여성들을 대신하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감격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