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여성이 자기가 이 나이에 임신을 했다고 걱정하면서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첫 애는 14살, 둘째는 7살이니까, 7년에 한 번씩 임신했고, 지금 세 번째 임신을 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자기가  이 47세 나이에 과연 임신을 할수 있는 지, 또 35세 이후에는 기형아가 생기는 확률도 높을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없고 해서 지울 마음도 있는데, 또 그러자니 미안하고 죄책감도 생기고 해서 너무나 고민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둘째 낳고, 지난 7년간 한 번도 의사를 찾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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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기검진을 하고, 자궁암, 난소암, 유방암검사를 하면서, 초음파로 임신상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궁 안에 아기는 안보이고, 두리뭉수리 같이 생긴 세포조직이 한 3cm 짜리가 있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겠습니까? 분명히 자기가 소변검사로 임신을 확인했는데, 도대체 임신은 어디로 갔냐고 물었습니다.  

이 분은 지금 정상 임신이 아니라 placenta tumor, 즉 태반종양이 생긴 것입니다. 태반종양이란 임신이 정상으로 진행하여 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태반세포조직만 자라는 비정상적인 경우를 말하는데, 보통 가볍게는 '포상기태'라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 비정상적인 세포조직이 암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 암을 융모상피암, 즉 choriocarcinoma 라고 합니다.

가벼운 경우에 '포상기태'라고 영어로는 molar pregnancy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라면, 소파수술로 간단하게 자궁 내 종양을 다 제거한 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인 피검사로 임신 수치가 내려가면, 치료가 일단 끝난 것으로 간주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임신수치가 점점 올라가면 이 병이 재발되는지, 또 융모상피암으로 진전이 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수치가 계속 올라가고, 조직검사결과 암이 발견되면, 이 암이 담겨 있는 자궁을 수술로 들어내고 약물치료를 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47세의 이 여성은 나이가 많아서 기형아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이런 비정상적인 임신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괜히 쓸데 없이 혹시 애기를 지워야 할까 생각하고, 혼자 고민하고, 죄책감 때문에 밤잠을 못자기까지 했습니다.

이 분은 내시경으로 당장 태반종양을 확인하고, 소파수술로 office에서 간단하게 이 비정상적인 임신을 다 말끔하게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피검사로 임신수치를 확인하고, 일주일 후에 이 수치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수치가 다 내려가면 치료가 다 끝난 것으로 간주하면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이 분의 케이스에서 배울 점은, 일단 문제가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의사를 빨리 찾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환자분같이 쓸데없는 고민과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모든 임신이 다 정상이 아니고, 이 분의 경우같이 태반종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신 출산이 물론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임산부 여러분들은 정상임신에 정상적인 애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