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1일(한국시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매우 길고 힘든 싸움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결코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킹 특사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와 연세휴먼리버티센터 등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마그나 카르타 800년: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찾아'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서울인권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Like Us on Facebook

그는 또 "우리는 북한에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해왔고, 이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느끼고 있다"면서 "유엔에서 거론되고 있고 투표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12월에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재차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킹 특사는 "(대북) 압박 이외에도 할 일이 많다"며 "인도적 지원은 모니터링이 가능한 방법으로 실행해야 한다. 가장 취약한 분들에게 가장 도움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렉 체니티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부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에 있는 북한인권사무소의) 팀은 6명뿐이지만 정부, 시민단체 등과 함께 노력 중이고 내년에 보고서도 내놓을 예정"이라며 "특히 집중하는 주제는 이산가족 문제로 고령화 단계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비정부기구(NGO)인 크리스천 솔리더리티 월드와이드의 베네딕트 로저스는 1215년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압박으로 국왕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 문서인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면서 "존 왕과 김정은의 행태에 상당히 유사점이 있다"며 "무자비한 압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존 왕은 조카를 살해한 혐의가 있다. 김정은은 외삼촌을 상대로 어떻게 했는지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관련, "그동안 국제사회의 어떤 규탄과 비판에도 귀기울지 않던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조 차관은 "(북한이)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의 여타 인권 메커니즘에 적극 참여한 데 이어 3월에는 인권이사회에 북한 외무상이 처음으로 참여했다"면서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람브리니디스 인권특별대표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자이드 최고대표의 방북을 초청하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차관은 "마그나 카르타(영국 대헌장)는 지난 800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지만 불행히도 북한은 민주주의를 향한 이 대장정의 대오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핵문제와 함께 대북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으며,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2년 북한에 들어가 2년 동안 억류됐다 지난해 이맘때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언론 노출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다고 주최측 관계자가 밝혔다.
 
케네스 배는 '북한 수감생활의 진짜 이야기'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을 내년 5월께 집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책에는 북한에 들어가게 된 경위와 북한 당국에 의한 체포와 구금, 15년의 노동교화형 선고, 가혹했던 수감생활, 미국 정부의 비밀협상과 석방과정 등에 관한 모든 내용이 상세하게 수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