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의 선두그룹에 속한 벤 카슨 후보가 19일 무슬림들을 '미친개'(a rabid dog)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난민을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의 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 같은 막말은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이어 보인다.

미국 전국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벤 카슨은 앨라배마 주 유세에서 난민 유입에 대해 시리아 난민을 '미친개'에 비유했다.

카슨 후보는 "광견병에 걸린 미친 개들이 이웃에 활보하고 다닌다면, 그 개로 인해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아이들을 길거리에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우리는 누가 '미친 개'인지를 분명하게 선별할 수 있도록 심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개를 싫어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인간 사회가 이런 개를 몰아내고 안전한 환경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시리아 난민 1만명 수용 방침을 반대하면서, 난민으로 위장 잠입하는 테러리스트들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지만,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았다.

그리고 이 발언은 즉각 무슬림 단체와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무슬림 정치인으로 인디애나 주 출신인 안드레 카슨(민주당) 의원은 "거대한 잣대로 특정한 그룹을 낙인찍는 대선후보는 우리에게 필요없다"며 "그것은 바로 극단주의자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브라힘 후퍼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대변인도 카슨 후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무슬림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후퍼 대변인은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이들을 비하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테러 직후 모스크(이슬람교사원)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 식별표'를 거론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트럼프는 이날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교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형태의 신분증을 무슬림(이슬람 교도)에게 부여해야 한다"면서 "솔직히 1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이 화를 내겠지만 지금은 안보가 최우선이란 걸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법원의 영장 없이 무슬림을 수색하고 이슬람 사원을 감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내 무슬림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무슬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특별한 신분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무슬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데이터베이스를 넘어 더 많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