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북한,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
'8·25 합의'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 당국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측의 당국회담 실무접촉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북측이 20일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했고, 남측이 이를 즉각 수용하면서 오는 26일 판문점에서 회담 준비를 위한 당국자 접촉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현대아산을 통해 한국인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2008년 발생한 북한군 초병의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전면 중지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화해무드에서 급격해 경색국면으로 전환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던 남북교류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다.
막대한 정부 및 민간 투자, 수익은 제로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북한이 눈독 들이는 '돈줄'이다. 1998년 1만 명을 겨우 넘었던 금강산 관광객이 2006년, 24만 명 가까이 늘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었던 데다, 현대아산 등 기업이 투자한 자산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 김철원 교수에 의하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2005년까지 민간차원에서 투자한 자산은 7,725억 원이었고,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차원에서 투자한 자산은 1,172억 1,600만 원이었다. 투자 및 지출액 대부분은 북한에 지불한 관광대가로, 2006년 7월 까지 약 4억 5,300만 달러(약 5,233억 원)를 지불했다.
현대아산은 온천장과 문화회관의 지분 100%, 온정각 지분의 60%를 한국관광공사 에 매각하였으며, 현대아산 외 24개 민간협력사업자들은 숙박시설로 1,212만 달러, 위락시설 6,107만 달러, 판매시설에 816만 달러 등 총 8,135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에 투자한 민간 기업이 얻은 수익은 그리 좋지 못했다. 2005년 기준 현대아산(주) 외 24개 민간협력사업자들의 총 투자액은 8,135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금강산관광 중소 협력사업체들의 경우, 10개 업체 중 6개 업체 가 "적자 상태"였고, 3개 업체가 "손익분기점 상태"였으며, 단 1개 업체만 "흑자"상태였다. 그나마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전액 손실금으로 전환되고 말았다.
정부 차원의 투자는 2005년까지 총 1,172억 원에 달하며, 여기에는 남북협력기금 을 통한 유·무상 지원 1,137억 원(2001~2004년), 남북협력기금 무상지원 34억 9,700만원(2005년)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시설(온천장, 문화회관, 온정각 일부)을 인수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784 억 원은 신용으로, 116억 원은 담보4)로 총 900억원을 대출받기까지 했다.
통일비용이자 과정이란 의견도
그러나 금강산 관광을 단순한 관광상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남북간 신뢰를 형성해, 민족통일의 시발점을 제공하는 통일사업이었다는 것이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방북한 덕에 남북교류 물꼬가 터 남북 간 경협사업 논의가 시작되었고, 관광자원을 활용한 민간 경협은 대립적이던 남북관계에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이를 계기로 남북경협은 단순교역과 소규모 위탁가공 수준에서 번격적 투자 단계로 발전해 대규모 민간 경협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금강산 관광은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정치적 완충 가교 역할을 하는 등 정치 사회적 순기능도 있으며, 경제적 면에선 시장경제 학습의 장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제조업에 대한 시장 경제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면, 금강산 관광은 '서비스 산업의 꽃'인 관광산업을 접하는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을 경제 개방 확대로 유도할 기회였던 것이다.
지난 8월 북한 포격 도발 사례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사례로 알 수 있듯, 남북 대립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고질적 문제를 낳는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와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했던 한국은, 금강산 광광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증시 불안정 문제에도 어느 정도 기여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