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인질 살해와 알카에다 연계 세력에 의한 말리 테러로 중국인들이 연이어 희생당하면서 중국이 IS 격퇴전 참여 여부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IS가 지난주 공개적으로 몸값을 요구했던 중국인 인질을 살해한 데 이어, 알카에다 연계 세력이 일으킨 말리 테러에서도 중국인 3명이 희생되면서 중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 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이례적으로 "테러리즘은 인류 공공의 적"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서, 중국까지 IS 격퇴전에 참여할 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IS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자체 영문 월간 온라인 매거진 '다비크(Dabiq)'를 통해 중국인과 노르웨이인 인질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IS는 인질들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부에 의해 버림 받아 처형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IS와 중국 및 노르웨이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IS는 지난 9월 같은 매거진에 "이들의 정부는 자국민의 자유를 돈을 주고 사는 노력을 포기했다"며 이라크 국가번호로 시작하는 텔레그램용 임시 번호와 함께 이들의 석방을 위해 몸값을 내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광고한 바 있다.

IS에 따르면, 베이징 출신의 중국인 판 징후이(Fan Jinghui·50)와 정치학 학사 소지자인 노르웨이인 올레 요한 그림스가드-오프스태드(Ole Johan Grimsgaard-Ofstad·48)는 머리에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IS는 이들의 눈을 가린 모습과 노란 죄수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IS는 이들을 언제 어떻게 인질로 잡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인 인질의 처형 소식이 전해질 당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시진핑 주석은 성명을 내고 IS가 자국 인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시 주석은 "테러리즘은 인류 공공의 적"이라며 맹비난했고, 중국 외교부도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행위, 도덕적 마지노선을 저버린 행위"라며 "법에 따라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리커창 총리도 IS를 비난하면서 해외 중국 인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 이어 지난 20일 알카에다 연계 세력으로 추정되는 단체의 소행으로 말리 수도 바마코 호텔에서 테러가 발생, 중국인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이후 유엔 국제평화유지군으로 말리 현지에 주둔 중인 중국 군 400여명이 자국민 인질 구조 작전에 불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시 주석은 21일 말리 테러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테러활동을 척결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면서 "해외의 중국인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사후처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IS 등 이슬람 테러단체에 대한 격퇴에 나설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23일 IS에 대한 공습에 나선 러시아를 지지하면서도 자국은 공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러시아 측의 테러 세력 타격 노력을 지지하지만, 시리아 문제는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중국인 인질이 최근 IS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도 IS 격퇴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중국까지 IS 격퇴에 나설 경우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모두 힘을 합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중국은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중국의 화약고'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의식해 IS 격퇴에 나서는 것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슬림들인 위구르족은 무차별살인, 폭탄테러 등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IS의 영향력이 위구르족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섵불리 IS 격퇴전에 나섰다가 위구르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