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얼마 남지 않았다

한중 FTA 비준동의안에 이어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준동의안은 재석 의원 265명 가운데 찬성 196명, 반대 33명, 기권 36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11월 협상이 타결된 이후 1년 만에 연내 발효를 위한 조건이 모두 갖춰졌다. 정부는 협정의 올해 내 발효를 위해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준 재가와 공포까지 일련의 행정 절차를 늦어도 20일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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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정부는 발효를 위한 후속 행정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한·중 FTA는 양국이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음을 서면으로 상호 통보하는 날로부터 60일 후나 양국이 별도로 합의하는 날에 발효하게 된다. 연내 발효가 되려면 양국이 발효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 비준동의 완료 공문이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가면 중국 측에 통보한 뒤 관련 이행 법령을 제·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이어 대통령 재가와 공포가 이뤄지면 국내 행정절차는 완료된다.

중국에서는 국무원의 승인으로 비준이 이뤄진 뒤 FTA를 담당하는 관세세칙위원회가 소집된다. 전례에 따르면 1주일 뒤 세칙위에서 심사·결정이 진행된다. 이어 국무원에 보고하고 승인하는 과정이 이뤄지며 이후 세칙위 공고와 양국의 공안 교환에 대략 16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양국이 조금씩 절차를 당긴다면 해를 넘기기 전에 합의를 거쳐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저가 농산물이 국내로 유입될 거란 걱정에 농민들은 시름에 잠겼다. 정부는 한중 FTA 타결 과정에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수산물 가운데 수입액 기준 60%를 일정기간 후 무관세화 하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에 대해 양허 제외 지위를 확보했으며, 이외에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딸기, 수박, 복숭아, 배,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산물, 간장·된장·고추장·메주 등 전통식품과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식품용 대두유·설탕·전분 등 가공식품도 양허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의 FTA로 인한 타격이 이미 적지 않다. 농민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 평가한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 생산액 감소는 15년 차에 1조 2,354억 원, 15년 간 12조 2,252억 원 원이었으며, 연평균으로 8,150억 원이나 된다. 농민들이 불안감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한중 양국 무역에서 한국은 줄곧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유독 농수산업은 일방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FTA 발효로 중국 농수산물에 대한 개방 폭이 넓어지면 그에 따른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FTA로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밭농업과 임업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주요 20개 밭작물 주산지에 밭 공동경영체 100개소를 육성하는 한편 지난해 56%였던 밭 기계화율을 85%까지 끌어올리는 등 밭농업 경쟁 강화에 1천165억원을 투입한다. 어업 분야에서는 어업인 소득·경영 개선에 674억원, 친환경 양식 직불제 도입 등 어선·양식어업 지원에 1천573억원을 지원한다.  또 시장 여건, 기상 상황 등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하락하거나 생산량이 줄어도 농가 수입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여야정 협의체가 조성할 예정인 1조 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 지원사업 기금'이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채워진다고 하지만, 사실상 '할당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부금은 세금과 달리, 근거와 산출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야당측이 주장해왔던 '무역이득공유제'보다 큰 폐단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무역이익공유제는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한 해당 산업별 순이익을 조사 분석하여 순이익이 발생한 해당 산업별로 일정 부분을 환수하여,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다.' FTA로 수혜를 입는 산업군이 피해를 입는 산업군에 재정적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여야와 사회 각층의 인식은 극단에 치달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벌어졌다.

이익공유제를 찬성하는 측에선 성과배분제와 초과이익공유제, 농어촌특별세 등의 사례를 들어 산업 발전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하는 측에선 각 산업의 수익과FTA 간 인과관계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FTA의 경제적 효과를 저감 하고,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자유, 창의 존중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본 법안은 2014년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지난해 11월이 되서야 한중 FTA의 농민 피해 보완대책 마련시에 논의하기로 했으나, 결국 폐기된 거나 마찬가지인 처지가 되었다.

이익공유제를 세금 형식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측에선 어느 기업이 FTA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당연히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되므로,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통상적 세출 예산 절차를 거쳐 피해 농민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엔 어느 쪽의 말을 따라도 이익 재분배의 형태로 농민을 지원하게 되는데, 이를 공식적인 세금으로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비공식적인 기부금 형태로 받을 것이지가 다를 뿐이다. 정부는 매년 10조 원 이상을 농어민 생활 지원에 투입했지만,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급 소비재 및 전자상거래 호재 예상

한국의 대중 교역비중은 2013년 말 기준 21.3%로 EU(9.8%)와 미국(9.6%)을 크게 앞 서고 있어 한중 FTA는 우리 수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관세 절감액이 54.4억 달러로 한미 FTA(9.3억달러)의 5.8배, 한-EU FTA(13.8억달러)의 3.9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철폐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공산품 수출의 가격경쟁를 높여 한국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고 5년 후 실질GDP가 0.92~1.25% 증가하고, 10년 후 2.28~3.04%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업종별 전망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 중에서는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의 수혜가 예상되며, 가전제품, 화장품 등 고급 소비재에 대한 수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IT제품의 수혜는 제한적이며, 철강·일반기계·건설 등에 대한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제품은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지만,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데다 이미 관세율이 낮아 추가 수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제품의 경우 가공무역에 포함되어 중국 내에서 이미 우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쳐지는 농수산물, 섬유·의복, 가구, 생활용품은 수입 증가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기존 한중 FTA 논의가 농수산물 양허대상 제외품목을 크게 확대하는 등 국내 농수산업 보호에 중점을 두긴 했으나, 이미 중국산 저가제품 수입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 추가 관세율 인하로 인한 관련 산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제조업보다 서비스업과 전자상거래에서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비자 면제 범위의 단계적 확대가 추진되고 서비스와 투자분야의 문호가 개방됨에 따라, 양국간의 인적·물적자본 교류가 확대되고 경제 연결고리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행관광업의 경우 양국의 서비스업 개방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증가해,  중국계 자금의 한  금융시장 및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문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내용엔 어떤 것이 있을까?

상품무역

협정 당사국 간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및 시장 접근 윈칙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철폐 조항 및 관세양허표, 통상비관세조치, 제도 규정 등이 포함된다.

서비스

서비스 자유화와 관련한 원칙과 의무를 규정한 협정문과, 자유화 방식에 따른 양허, 또는 유보 리스트를 구성한다. 특히 금융과 통신, 인력 이동과 같이 전문성이 있는 서비스는 구분해서 다룬다.

투자

투자 자유화와 투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협정문에 투자와 관련된 원칙을 규정하고 외국인 투자 혀용 분야와 유보, 양허 리스트를 구성한다.

무역규제 방안

협정 당사국 간 교역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관세 인상 등 조치를 통해 규제하는 제도이다. 통상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 가드 제도 등이 포함된다.

원산지 규정

특허관세 적용을 받기 위해 당사국이 자국 원산지임을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정한 것으로, HS코드별로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규정한다.

원산지 및 통관 절차

협정 당사국 간 특혜 관세 신청을 위한 원산지 증명 방식, 사전판정, 기록유지 의무 및 검증, 수출 관련 의무, 특송 화물과 관세협력 등 세관에서 이루어지는 통관과 관련된 규정을 명시한다.

무역기술장벽 (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

양국 간 표준, 기술규정 및 적합성평가절차가 협정 당사국 사이 상품교역에 불필요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며, WTO 내용을 기반으로 투명성, 공동협력, 협의채널, 정보교환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위생 및 식물 검열 (SPS)

무역 각국 이 자국민과 동식물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조치, 일반적으론 무역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오나, FTA에선 무역자유화 촉진이라는 기본 취지에 따라 WTO 협정상의 SPS 권리의무를 기초로 해서 SPS가 무역제한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방지한다.

지적재산권

저작권과 상표, 특허, 디자인 등 실체적 권리의 보호 수준과 권리에 대한 행정, 민사, 형사적 집행에 관한 당사국 간 제도를 조화하고, 지식재산권 관련 협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충실하게 구성된 지적재산권 보호 규정은 권리자와 이용자에게 법적 확실성을 제공해, 무역과 투자를 증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부조달

정부조달은 세계 각국 GDP의 10~15%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FTA에서의 정부조달 협정은 시장개방에 대한 조건과 규칙을 규정하기 위한 협상 분야로, 입찰 및 낙찰 과정에서의 준수의무를 다루는 협정문 부분과, 시장개방 대상과 개방하한금액을 명시하는 양허표로 구성된다.

전자상거래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해 당사국 간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동영상, 이미지 등 디지털 제품에 대한 무관세, 비차별 대우,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 등을 명시한다.

경쟁

세계 경제의 의존성이 증가하며, 한 국가의 경제정책이 시장개방, 관세 인하 등 FTA 체결 효과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협상 분야를 마련한다. 일반적으론 경쟁법 집행시 준수해야 할 의무와 공기업 및 독점 방지 의무, 경쟁당국 간 협력 등이 포함된다.

노동

협정 당사국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노동기준에 명시된 기본 노동권의 준수, 기본 노동권을 포함한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이해관계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 공중의견제출제도 도입 및 운영, 노동협력 매커니즘, 노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다.

환경

협정 당사국의 환경보호를 위한 것으로, 환경법 및 정책이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를 제공할 의무, 다자간 환경협정의 의무 이행, 환경법의 효과적 적용 및 집행, 환경협의회 설치, 대중 참여 확대, 환경협력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경제협력

당사국 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것으로, 주로 개도국 및 신흥국과의 FTA에서 경제협력 챕터를 별도로 두어 경제협력의 범위, 방법 및 이행 메커니즘을 규정하고 있다. 통상 경제협력 분야에선 FTA 분쟁해결절차 적용이 배재된다.

분쟁해결

당사국 사이의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협정상 의무를 위반한 국가에 대한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당사국 간 협의, 패널 판정, 판정 이행의 순서로 구성된다.

한편, 이날 한·베트남 FTA,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도 함께 통과됨에 따라 역시 각국은 곧바로 연내 발효를 위한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 베트남과 뉴질랜드는 이미 지난 9월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두 나라는 이행 법령 개정 절차를 완료한 뒤 우리나라와 발효 날짜를 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지난 2012년 5월 한·중 양국의 FTA 협상 개시 선언부터 이날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까지의 주요 일지다.'

    ▲ 2012.5.2 = 한·중 FTA 협상개시 선언
    ▲ 2012.5.14 = 제1차 협상 개최
    ▲ 2014.11.10 = 박근혜 대통령·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서 한·중 FTA 협상 타결 선언
    ▲ 2015.2.25 = 한·중 FTA 가서명
    ▲ 2015.6.1 = 한·중 정상, FTA 정식 서명
    ▲ 2015.6.4 = 정부, 한중 FTA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 2015.8.31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불참 속 한·중 FTA 비준동의안 상정
    ▲ 2015.9.2 = 박 대통령-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회담...조기 발효 공감
    ▲ 2015.9.7 = 여야,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 구성 합의
    ▲ 2015.10.22 = 박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11월 중순까지 한중FTA 비준동의안 처리" 요청
    ▲ 2015.10.31 = 박 대통령-리커창 총리 회담...연내 발효 노력 합의
    ▲ 2015.11.18 =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첫 전체회의
    ▲ 2015.11.27 = 여야, 30일 외통위·본회의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 추진 합의
    ▲ 2015.11.29 = 여야, 한·중 FTA 비준동의안 본회의 처리 잠정합의
    ▲ 2015.11.30 = 국회 본회의, 한·중 FTA 비준동의안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