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있는 샌버나디노에서 일어난 무슬림 총기난사 사건이 우발적 범죄가 아닌 테러로 최종 확인됐다.

무슬림 총격용의자들이 시리아와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세력을 포함해 최소 2개 이슬람 무장세력과 연락을 취해왔다는 단서가 포착된 데다, 아내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것은 물론 범행 당일에도 테러 단체를 찬양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수사당국도 총기난사 용의자들의 행적과 자택 등에서 발견된 증거물, 사건 전후 정황 등을 통해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테러 수사'로 본격 전환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을 '테러행위'(act of terrorism)로 규정하고 "공식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슬림 총격범 부부인 사이드 파룩(28)과 타시핀 말리크(27)는 자동 소총과 수천 발의 실탄, 파이프 폭탄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데다 집에서도 무기들이 대거 발견돼 테러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이후 FBI는 결국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는데, FBI의 기자회견 이후부터 이 사건을 테러로 볼만한 정황들이 언론들을 통해 속속 보도되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날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사건 용의자 파룩이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무장세력인 알-누스라전선과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와 연락을 취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FBI는 말리크가 태어난 파키스탄 내 테러 분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수사당국이 범행을 저지른 파룩의 부인인 타시핀 말리크(27)가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리크는 가명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충성서약을 했다고 CNN은 전했다.

AP통신은 페이스북 측도 이날 말리크가 범행 당일인 2일 테러단체를 찬양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FBI는 아울러 파룩의 자택수사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사라졌으며, 사건 현장 인근에서 사건 용의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신형 휴대전화 2대가 파손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부부가 이번 테러와 관련해 무장단체들과 연락을 주고 받은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CNN은 또 I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이 이번 대학살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수사 당국은 파룩과 말리크가 IS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로부터 이번 테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지시를 받았거나,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공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측에서는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시인할 경우 불어올 정치적 역풍 때문에 '테러'라고 말하지 않고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난민 수용과 관련, 미국을 테러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공화당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로서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만한 테러위협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당일인 지난 2일 녹화해 이날 공개된 CBS 인터뷰에서도 "IS가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IS가 과거의 알카에다처럼 위험한 테러 집단이지만, 우리도 보안 및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본토에서도 IS 등 이슬람 무장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테러가 일어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오는 7일 시리아 난민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힌 텍사스 주에 시리아 난민 두 가족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영향을 받은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아직 설명되지 않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말해, 이번 테러와 관련해 확보한 정보들이 적지 않음을 암시했다.

아울러 "이들 용의자가 FBI의 '레이더 스크린'(감시망)에는 없었다"고 밝혀, 미국의 보안망, 테러 감시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동안 은밀하게 테러를 준비해왔던 파룩이 감시망에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직장 동료들의 발언을 통해서 추측할 수 있다.

파룩은 독실한 무슬림이었지만, 직장 동료들은 그에게서 급진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파룩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반적인 무슬림었던 셈이다.

이는 이슬람 테러와 관련, 급진적인 이들이라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초점을 두었던 보안당국으로서는 충격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평범한, 일반적인, 온건한 무슬림들도 급진화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룩은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온라인 접촉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택은 이런 저런 채널을 통해 구입한 파이프 폭탄 12개, 실탄 3천여 발, 폭발물 장치 수백 개로 무장돼 무기고를 방불케했다.

하지만 파룩이 차근차근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FBI와 중앙정보국(CIA), 국토안보부(DHS),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의 즐비한 최첨단 수사·정보·안보 기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도 무슬림에 의한 테러의 공포에 빠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이 집단적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며 "일상, 출근, 식당에서의 식사, 아이들의 등교, 영화 관람에서도 공포를 느낀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인 무슬림이 언제든지 급진화돼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으로 인해 무슬림이 대부분인 시리아 난민들까지 받아들이게 됐으니, 미국인들의 테러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트럼프가 이날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2위와의 격차를 무려 20%포인트나 벌리며 공화당 대선후보 1위를 사실상 굳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유는 이제 명백해 보인다.

트럼프는 IS에 의해 일어난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는 물론이고 무슬림 데이터베이스(DB)화, 모스크(이슬람사원) 폐쇄 등의 입장을 내놨다. 미국인들도(물론 대부분은 공화당 지지자들일 수 있다) 이제는 이슬람 테러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국민들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IS 선전조직으로 알려진 아마크 통신사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이슬람 무장단체 추종자들이 미국 LA 동부 샌버나디노 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