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는 인쇄기를 보유, 시라아 여권 위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BC방송은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10일 이 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IS 대원이 위조 여권을 가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로 잠입,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
이미 시리아 위조 여권은 유럽의 곳곳에서 적발됐는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파리 테러범 가운데서도 2명도 시리아 위조 여권을 사용했었다(사진 두 번째). 이들은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잠입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었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주 IS가 지난 여름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데이르에조르를 점령한 이후부터 여권 인쇄기를 활용해 시리아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17쪽짜리 정보 보고서'를 유관 사법당국에 배포했다.
데이르에조르와 IS의 본부가 있는 수도격인 락까에는 여권 사무소가 있다. IS는 이 두 곳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보고서는 "락까와 데이르에조르가 IS에 넘어간 지 17개월 이상이 흘렀기 때문에 이들 도시에서 발급한 여권을 가진 시리아 개인이 미국으로 여행을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의 등급을 두 번째로 높은 '신뢰도 보통'으로 분류했는데, 이 소식통은 보고서에서 "시리아에 가짜 문서가 넘쳐난다. 시리아 위조 여권은 너무 흔해 이를 소지해도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시리아에서는 200∼400달러면 시리아 위조 여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여권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직인 비용도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S 대원들이 위조 여권으로 서방 국가에 잠입해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지나칠 정도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지만, 이는 상존하고 있는 실제적인 안보 위험 요소인 셈이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지난 9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낸 바 있다.
코미 국장은 "정보기관들은 IS가 위조여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 정보 관리 출신으로 ABC방송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존 코헨은 "IS가 합법적인 여권을 확보했거나 합법적인 여권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보유했다면 이는 미국에 주요한 안보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무슬림 총격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도 테러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IS가 위조여권 인쇄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더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위조 여권은 이미 유럽에서는 곳곳에서 적발된 바 있다.
파리테러범 가운데 2명이 시리아 위조 여권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이들은 시리아 난민들 틈에 끼어 유럽으로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은 위조 여권으로 로마에서 몰타로 가려던 두 명의 시리아인을 로마 치암피노 공항에서 체포되기도 했었다.
지난 9월 네덜란드의 한 잡지사 기자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사진이 담긴 시리아 위조여권을 수천달러를 주고 구입하는 과정을 보도하기도 했다.
카타르 매체인 알자지라도 최근 아랍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홍보 문구'를 지난 11월 22일 보도한 바 있다.
이것은 주로 터키 업체들이 올려놓은 것인데 "시리아 여권이나 유럽 나라들의 여권을 위조해 드립니다. 시리아 국제운전면허증도 가능합니다. 출생증명서나 고교 및 학사·석사학위 수료증도 만들어 드립니다. 그 외 다른 것들도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위조 시리아 여권'은 시리아인은 물론 전 세계 난민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시리아인을 '난민'으로 분류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여권 인쇄기가 IS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IS 대원들이 시리아 위조 여권을 가지고 전 세계를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S 대원 등 위조 여권을 이용한 테러리스트들의 잠입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