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염소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말도 되지 않을 이야기이고, 또 진짜라고 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할텐데, 이것이 지금 러시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한 동물원에서 사납기로 유명한 시베리아산 아무르 호랑이가 먹잇감으로 넣어준 염소와 4주째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놀이도 하고 잠까지 같이 자면서 '우정'을 키우고 있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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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 연해주 '프리모리에 사파리 공원(Primorye safari park)'의 3살 호랑이 '아무르(Amur)'와 원래는 동물원에서 먹이로 넣어줬던, 그래서 아무르의 뱃 속에서 소화돼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야 할 '티무르(Timur)'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들이다.

동물원측에서는 이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도 큰 화제가 되고 이 둘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 보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동물원 내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둘의 우정과 동거에 대해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까지 방송하기 시작했다.

한 한국 영화감독은 이들의 우정을 다큐멘터리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호랑이와 염소의 우정은, 지난 11월 말 동물원 측이 점심 먹이로 축구 경기장 만한 크기의 아무르의 우리에 티무르를 넣어주면서 시작됐다.

동물원에서는 호랑이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1주일에 두 번씩 염소나 토끼 등의 산 짐승을 먹이로 줘 왔고, 티무르도 그렇게 아무르의 한끼 식사가 될 비운의 운명을 안고 호랑이 우리 안에 던져졌다.

그러나 호랑이 우리에 들어간 염소가 호랑이를 겁내기는커녕 강하게 저항하며 먼저 아무르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염소와 토끼 등 먹이들을 잡아먹어왔던 아무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겁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는 이 염소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살갑게 대하기 시작한 것.

우리 안을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고, 자신의 물그릇을 양보하기도 하는 등 맹수가 먹잇감을 대하는 태도로선 믿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염소가 곧 호랑이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물원 측은 호랑이에 겁도 없이 달려들고 친구로까지 삼은 이 '이름도 없던' 용맹한 염소에게 14세기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위대한 정복자 티무르의 이름을 붙여줬다.

전문가들은 아무르가 티무르에게 친근하게 대해고 있지만 곧 곧 티무르를 먹이로 깨달아 그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4주째 빗나가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티무르는 아무르를 자신의 리더로 여기는 듯 그의 뒤를 쫓아다니고 있고, 아무르도 티무르가 보이지 않으면 포효하며 티무르를 찾는다. 아무르는 티무르에게 토끼 같은 먹이를 사냥하는 법까지 가르쳐주고 있다. 심지어 티무르에게 다가가는 동물원 사육사들에게까지 전에 없이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무르가 티무르를 먹어치우지 않은 이후 밤이 되면 두 동물을 따로 떼어 잠자리로 들여보냈는데, 아무르와 티무르는 모두 자신의 곁에 친구가 보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친구가 없이 지내는 것을 원치 않고 있고, 심지어 아무르가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울부짖으며 티무르를 찾자 동물원측은 지금은 나란히 잠자리를 만들어줘 함께 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물원장인 드미트리 메젠체프(Dmitry Mezentsev)는 "아무르와 티무르가 이미 4주째 함께 살고 있다"면서 "초기보다 티무르가 잡아 먹힐 위험이 훨씬 줄었다"고 진단했다.

둘은 이제는 같이 산책하고 잠을 자는 것을 넘어 친구처럼 함께 놀기까지 하는 수준이 됐다.

메젠체프는 또 러시아 언론 'Russia Beyond The Headline'에 "동물원 가이드인 데니스 루쉰(Denis Lushin)의 가이드를 받아 동물원을 투어하던 관람객들은 지난 12월 9일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는데, 아무르와 티무르가 게임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로 달리면서 잡기 놀이를 했는데, 티무르가 아무르를 쫓아가서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티무르는 아무르에게 자신의 뿔을 갖다대면서 힘겨루기 싸움도 걸었는데, 아무르는 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힘겨루기를 했다고 한다.

아무르는 티무르의 뿔에 이마를 가져다 댔고, 그렇게 약5초간 이마로 누르더니 조용히 햇빛이 비치는 언덕에 가서 누웠다고도 덧붙였다. 아무르가 힘겨루기에서 패한 것일까?

하지만 이 때 가이드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 장면을 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 또 다른 동물원 직원이 잡기 놀이를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 동영상에서 타무르가 아무르를 뒤쫒고, 이후에는 아무르가 타무르를 뒤쫒은 모습이 담겼는데, 아무르에게서는 전혀 공격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메젠체프는 "이 동영상은 티무르와 아무르가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들은 친구"라고 말했다. 티무르는 아무르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같이 논다고 덧붙였다.

메젠체프는 또 "러시아 각지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외국에서도 관광객들이 아무르와 티무르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무르와 티무르의 놀라운 우정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쏟아지자 동물원 측은 우리에 CCTV를 설치해 이들의 생활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메첸체프는 "홈페이지 방문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면서 "그래서 동물원 내에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티무르가 여전히 살아 잇다는 것을 온라인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둘의 우정은 박수영 감독에 의해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다.

박 감독은 "두 동물의 우정 이야기는 모든 대륙, 모든 국가를 향해 동물이 인간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들은 차별이나 적의가 없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미 지난 2010년 "멸종 위기체 처한 시베리아의 제왕(Endangered Emperors of Siberia)"라는 제목의 시베리아 호랑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