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 앞장섰으며 '북한선교의 대부'라고까지 불렸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60)가 16일(북한시간) 국가전복 음모 등의 혐의로 '종신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실상 사형 선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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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한에 대한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임 목사에 대해 은혜를 원수로 갚은 북한의 이번 처사는, 대북 지원을 통한 북한 선교에 힘써왔던 이들에게 큰 상처와 함께 절망감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판결은, 북한에 설령 인도주의적 지원을 한다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발언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완전히 입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북한에 들어갔다가 불시에 억류돼 다시는 북한에서 나오기 힘든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임 목사는 억류 전 북한에 국수·라면 공장 등을 설립해 운영해왔었고, 24만 달러 상당의 고아 겨울옷 보내기 운동도 추진해왔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북한이 10개월째 억류하고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 목사에게 북한 최고재판소가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캐나다 정부의 임 목사 석방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할 경우, 임 목사는 평생 강제수용소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통신은 이날 "16일 최고재판소에서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를 감행한 재 캐나다 목사 임현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였다"면서 "재판에서는 피소자(피고) 임현수에게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이 언도(선고)됐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은 평생 노동교화소에 수감돼 강제노역에 시달리기 때문에 건장한 경우라도 3~5년을 버티기 어려워 사형과 다름없는 중형으로 분류된다.
통신은 또 "재판에서는 형법 제60조(국가전복음모죄)에 해당되는 피소자 임현수의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범죄사실을 확정한 기소장이 제출되었으며 사실심리가 있었다"면서 "피소자의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증인들의 증언과 증거물들이 제시되였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과정에서 피소자 임현수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추종하여 조선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고 모독하다 못해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 밑에 국가전복음모를 기도한 모든 범죄사실들을 인정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임 목사의 재판 장면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특대형 국가전복음모 행위를 감행한 재 카나다(캐나다) 목사에 대한 재판 진행'이라는 자막과 함께 1분18초 분량의 임 목사 재판 모습을 방영했다.
TV 영상을 보면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은 임 목사는 잔뜩 위축된 듯 고개를 좀처럼 들지 못하고 내내 숙이고 있었다. 또 잔뜩 움츠린 모습으로 재판을 받았다.
판결 후 그는 재판 관련 서류에 손도장을 찍은 뒤 수갑을 찬 채 퇴장했는데, 보안부 요원들이 임 목사를 끌고 나갔다.
북한이 이런 모습을 담은 재판 장면까지 공개한 것은 임 목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는 것은 물론, 임 목사처럼 혹여나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할 경우 동일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종신노역형을 선고 받은 임 목사는 1986년 캐나다로 이민간 뒤 토론토에 큰빛교회를 설립하고 28년 동안 목회활동을 해왔다.
특히 북한과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선교활동에 전념해 왔다.
임 목사는 1996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1997년부터 북한을 자주 방문했으며, 양로원과 탁아소, 고아원, 교육기관 등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무려 110여 차례나 방북했다. 마치 제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 목사는 올해도 인도적 지원을 위해 1월 27일 캐나다를 떠나 같은 달 30일 북한에 도착했으나 평양으로 들어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이후 캐나다 외무부 관리들을 통해 억류 사실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임 목사는 억류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 7월 30일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 뒤 "내가 저지른 가장 엄중한 범죄는 공화국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심히 중상모독하고 국가전복음모행위를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캐나다 교포들을 중심으로 임 목사 석방운동이 전개됐지만 북한 당국은 영사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판결 이후 캐나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이 내린 임 목사에 대한 판결을 비판했다.
성명은 "북한이 나이와 건강을 고려할 때 임 목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계속해서 임 목사의 신변 확인을 위해 임 목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허용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영사 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과 자국 시민에 대해 영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방북한 외국인을 체포해 비슷한 죄목으로 중형을 선고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임 목사를 포함해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와 김국기·최춘길씨 등 모두 4명이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