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동성결혼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
슬로베니아 의회가 추진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고 AFP·dpa통신, 영국 BBC, 가디언, 미국 폴리티코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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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20일 실시된 슬로베니아 국민투표에서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간의 결합'이 아닌 '두 사람 간의 결합'으로 보는 개정 가족법에 38만9천여 명(63.4%)가 반대표를 던져 입법화가 무산됐다.
슬로베니아 국민 3명 중 약 2명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 셈이다.
앞서 의회는 지난 3월 남녀가 아닌 '두 사람'의 결혼을 허용하고 입양 등 이성부부와 같은 권리를 부여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후 보수측과 로마 가톨릭 신도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안을 무효화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했고, 동성결혼 반대 단체인 '위험에 처한 아이들(Children Are At Stake)'은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필요한 4만 명의 서명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슬로베니아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월 국민투표를 승인해 이날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다.
현행 슬로베니아법은 동성 간 결혼을 '동반자 관계'(civil partnership)로 인정해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만, 입양 등 이성 부부와 완전히 동일한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투표에는 유권자 170만 명 중 약 60만 명(35.6%)만 참여해 투표율은 저조했으나, 법안 부결에 필요한 요건인 유권자의 20%(약 34만 명)은 충분히 넘겼다.
'위험에 처한 아이들 측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이번 결과는 우리 아이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2012년에도 동성결혼 허용 등을 포함한 가족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했지만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으면서 부결된 바 있다.
한편,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국가는 총 21개이며,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곳은 지난 5월 아일랜드가 최초다.
BBC는 이번 슬로베니아 국민투표 결과는 서유럽 국가는 동성결혼에 대해 수용적이지만 중유럽과 동유럽은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한 좌파 정당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합법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