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입국하려던 무슬림들이 잇따라 입국이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려던 영국 무슬림 가족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데 이어 영국인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미국 입국도 거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외에도 최근 들어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10건 이상 더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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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입국 금지 사례가 실제로 나타나면서 트럼프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텔레그래프, 스카이 뉴스, 미러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모하마드 타리크 마흐무드(Mohammad Tariq Mahmood·41)를 포함한 영국인 가족 11명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가족들을 방문하고 LA 인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등에 놀러가기 위해 비행기표까지 예약을 끝낸 후 지난 15일 런던 개트윅 공항(Gatwick airport)을 통해 출국하려다가 영국 국경청(UK Border Agency) 관계자로부터 이들의 미국 임시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경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 국토안보부 직원들의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면서 비자 취소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비행기표값으로 1만 파운드(약 1만4900달러, 1천742만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티켓값도 환불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에 가서 2주 동안 머물 계획이었던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마흐무드는 12살 때 아버지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왔으며, 현재 영국에서 체육관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흐무드는 4~5개월 전부터 이번 여행을 준비해왔으며,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문, 스카이 다이빙, 사막 여행 등도 계획하고 있었다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흐무드는 자신의 동생이 약 10년 전에 중동 여행을 하려고 텔아비브 공항에서 내렸을 때 질문을 받았다고도 말했는데, 익명의 미국측 관계자는 가족 중에 한 명이 여행이 금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현재로는 마흐무드의 동생이 문제가 돼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인 이맘이자 정치인인 아즈말 마스루르(Ajmal Masroor·44)도 최근 미국 비자가 취소돼 미국 입국이 거부됐다.
그는 지난 17일 런던 히스로 공항(Heathrow Airport)에서 뉴욕행 버진애틀랜틱 항공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출국 수속 중에 입국이 거부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뉴욕 퀸스에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금요기도회를 이끌고 친구들과 가족을 만날 계획이었다.
올해만 여러 차례 미국을 다녀왔던 그는 "공항에서 여권을 제시하자 그들이 나를 한쪽으로 데려갔다"면서 "이어 미국 대사관에서 나왔다는 한 남성이 자신의 여행 일정과 목적 등을 묻고 사소한 질문 몇 가지를 더 하더니 비자는 취소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자 취소의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 일종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이 거절되자 다시 상용·관광(B-1·B-2) 비자를 신청해 발급받았으며 이후 5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마스루르는 지난 2010년 영국 총선 때 런던 동부의 한 지역구에서 자유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자에 이어 20%의 득표율로 2위에 오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으로 살해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자신이 입국 거절을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마스루르는 이번 입국 금지 이유가 단지 무슬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스루르는 이어 트럼프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발언해 미국 대선판이 시끄러워진 최근 들어 미국행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면서 10명 이상의 영국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이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