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해묵은 과제이자 '난제 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마침표가 찍혔다.
28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총리대신 자격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 측에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기시다 외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또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가장 첨예한 대립각이던 '역사' 문제가 해결될 물꼬가 트이자, 한중일 FTA의 실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중일 FTA는 내수시장은 삼국 간 무역 장벽 제거로 안정적인 역내 내수시장을 창출해 역외시장 의존도를 늦추고, 기업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실질적 전제조건인 만큼, 과거사와 영토문제, 역내 주도권 경쟁 등 동북아지역내 불안정 요인을 선결해야 할 유인이 충분한, 중요성이 큰 경제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한중일 3국은 각자의 유인에 의해 한중일 FTA 추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가입 이후 주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저수준의 비포괄적 FTA를 추진해오던 중국은, 2010년도 이후 자국중심 지역경제질서 재편을 겨냥한 적극적 양자, 다자, 지역 FTA정책을 펴고 있으며, 일본은 세계 최고 산업기술국이란 지위에 안주해 WTO 중심의 다자협력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뒤늦게 다자주의와 동아시아 FTA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해, 최근엔 거대 선진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한중일 FTA가 RCEP, TPP로 연결되는 연결점이자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에서 한국의 역할을 제고시킬 수 있는 협상이란 점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중재할 유인이 있다. 한중FTA에 타결된 상황에서, 향후 한중일FTA 협상에 대해서도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사적, 민족적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이어져
다만 협상 분야별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는 협상 조기진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품 관세 협상의 경우, 3국의 기대 분야와 민감한 분야가 엇갈려 3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개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은 농산물과 노동집약적 소비재 분야 개방을 기대하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본은 고부가가치 부품과 소재, 완성차등 최종소비재 분야 개방을 기대하고 있으나, 한국과 중국은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반제품, 부품 등은 한중일 FTA 효과로 대중 수출이 확대될 것이 개대되나, 일본에 대해선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일본과 중각이 각자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지역경제 질서 내지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경쟁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이 TPP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한중일 FTA협상은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 영토 문제가 경제문제까지 전이된 사례로 볼 수도 았다. 2013년까지 중일 간 교역은 영토문제와 역사문제 등의 갈등이 지속된 탓에 수입시장 점유율이 11.2%에서 8.5%로 감소하고 있었으며, 수입시장 점유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중국 내 부정적 기류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일 간 교역에서도 재연되었다.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한일 교역액(수출액+수입액)이 859억5천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9.2% 줄었으며, 2011년 역대 최대인 1천80억 달러(증가율 16.8%)를 기록한 뒤 2012년 1천31억5천900만 달러(-4.5%), 2013년 946억9천200만 달러(-8.2%)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4년 연속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우파 정권이 집권한 후 역사 갈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둔화세가 역력해지는 현시점에서 FTA를 통한 내수 확장은 불가피하다. 위안부 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뤘듯, 삼국 간 협력과 조율을 통해 윈윈 할 수 있는 거대 시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