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찰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새해 벽두에 일어난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 당시 다수의 용의자들을 붙잡아 시리아 등의 무슬림 난민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가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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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역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 사건은 난민 반대 정서 확산을 우려한 경찰의 은폐 또는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독일을 뒤흔들고 있다. 이 사건 여파로 메르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민과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쾰른시 경찰은 사건 후 일부 용의자들을 체포해 구금 및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시리아 난민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 파장으로 인해 사건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 '벨트 암 존탁(Welt am Sonntag)'에 따르면, 당시 경찰들을 쾰른 중앙역에서 100명 이상의 용의자들을 체포해 신분을 확인했다. 이 중 71명의 신분이 확인됐고, 11명이 구금됐다. 또 32건의 피해자 신고가 접수됐다.
'벨트 암 존탁'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다수의 용의자들에 대한 신분 확인이 있었고, 대부분이 최근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초 경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무리들이 대부분 북아프리카와 아랍 출신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 당시 기차역 현장에 있던 경찰들을 이끌고 있던 경찰 리더는 보고 내용에 시리아와 난민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경찰 고위 임원이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이 내용을 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경찰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절도가 대부분이었고 성폭력은 부차적으로 일어났다고 정보는 거짓이라면서, 실제로 일어난 것은 정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벨트 암 존탁'에 "대부분 아랍계로 보이는 용의자들의 우선 순위는 성폭력이었고, 그것은 그들의 관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express it from their point of view)"며 "그들의 우선 순위는 성폭력이었다"고 했다. 이들의 관점이라는 말은 이들의 이슬람 신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노조 임원은 이번 일로 인해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국장이 사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1월 1일 신년 메시지를 통해 신년 축제는 평화로웠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충격적인 사건들은 같은 날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연방 경찰 관계자는 인명 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알베르스 경찰국장은 이번 사건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출신국과 신분 지위를 비롯한 용의자 신분 일체에 관한 세부정보가 없다고 말했었고,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도 마찬가지였고, 더 나아가 레커 시장 등 주요 당국자들은 용의자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이라는 분명한 단서가 전혀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지역 신문 엑스프레스도 7일 지난 2일자로 작성된 경찰 업무일지를 단독 입수했다면서 "이 일지에는 71명 신분 확인, 10명 퇴장, 11명 구금, 4명 체포, 32건 신고라고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일지는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 48분 현재 쾰른대성당과 중앙역 주변 주요 축제 장소 3곳에 이민자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수천 명 모여 있지만,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이들이라고 묘사한 문장에는 '아마도 난민과 관련된'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일지가 "신분 확인 당시 대다수는 (정식) 신분증이 아니라 연방이민난민청(BAMF)에 등록한 난민신청서로 신분이 확인될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면서 "이는 검문(신분 확인)받은 이들이 난민(신청자)이며, 경찰이 이들의 국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엑스프레스의 보도 이후 포쿠스온라인은 한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붙잡힌 15명 가운데 14명은 시리아, 1명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언론 보도로 인해서 파장이 확산되자, 독일 연방 내무부도 8일 세밑 쾰른 도심에서 벌어진 성폭력과 강·절도 등 집단폭력 사건 용의자 31명의 신분을 확인했다면서 이 가운데 18명이 난민신청자라고 밝혔다.
독일 제1공영 ARD 방송은 이들 용의자를 출신국가별로 보면 알제리 9명, 모로코 8명, 이란 5명, 시리아 4명, 독일 2명, 이라크·세르비아·미국 각 1명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내무부의 발표는 독일 당국이 난민신청자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해왔다는 보도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에 독일 최대 언론인 빌트는 8일 온라인판에서 엑스프레스의 특종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속은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슈피겔온라인은 6일 한 선임 경찰이 지난 4일 자로 작성한 방경찰의 내부보고서도 단독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번 집단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쾰른 중앙역 주변 상황을 '통제 불능의 카오스'로 묘사하면서, 매를 내리치는 2열 가운데를 통과해야 하는 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도 비유했다.
경찰이 만취한 수많은 남자들을 통제할 수 없었고, 이들 틈에서 여성들은 동행한 이가 있든 없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여기저기서 싸움, 절도, 성추행과 성폭행이 발견됐고 특히 공포에 질린 여성과 소녀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경찰은 그러나 손을 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까지도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사복을 입은 여경도 있었다.
경찰은 (다른 데에)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거는 것을 한 무리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 경찰은 한 남성이 "나는 시리아인이다. 너희는 나를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메르켈 여사가 나를 초청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범행자들을 거명하지 말라고 협박받았고, 복수의 남성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거주증(비자)을 찢고는 "내일 새 것을 갖다달라"라고 말했다.
이후 광장을 청소할 때에도 경찰은 폭죽 쏘기와 병 투척 공격을 받았고, 청소가 완료된 이후에도 몇몇 강도와 절도가 일어났다.
쾰른 사건이 부각되면서 덩달아 피해 신고가 급증한 함부르크에선 이미 적어도 39건 이상이 성폭력 사례로 접수됐다. 도이체벨레는 절도 및 성폭력으로 함부르크에서 접수된 신고 건수가 53건이라고 전했다.
타게스슈피겔은 수도 베를린에서도 티어가르텐 주변 등 시내 중심가에서 최소 6건이 신고됐다고 소개했다.
빌트도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성폭력 가해자 2명이 붙잡혔다면서 이들은 이라크와 파키스탄 출신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슈투트가르트에서 신년 첫날 0시 30분께 20세 이라크인 남성이 15세, 18세 여성 2명에게 성폭력을 가해 체포됐다고도 전했다. 한 여경이 성희롱을 당한 사실도 덧붙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아랍계 악센트의 엉성한 영어를 쓰는 북아프리카계 남성이 가해자로 지목된 성폭력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밤 9시께 약 400~500명의 청년들이 쾰른 중앙역과 쾰른 대성당에 모여 들기 시작했고, 2시간 후에는 1천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부부은 술에 취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몇몇 여성들이 울부짖으며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달려왔다. 자신들이 술취한 북아프리카나 아랍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거나 도난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140여명의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해 사례들은 이후 페이스북과 지역 신문들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여성은 신문에 성폭력과 절도 피해를 입었지만, 경찰은 무기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월 2일 약 30여명의 여성이 피해 신고를 했고,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루 후인 1월 3일 많은 목격자들과 피해자들이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1월 4일 독일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다루기 시작했고,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국장(Wolfgang Albers)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범행"이라면서 "도심 한가운데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특히 술에 많이 취한 중동, 북아프리카 이민자 배경의 남성들이 용의자로 보인다고 특정했다.
피해자 신고 건수도 60건으로 늘었다.
이후 더 많은 사건 당시의 상황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신고자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대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두 차례나 입장을 내놓으면서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강조하고 투명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