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세계적 명가수이자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인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보위가 18개월간 암으로 투병하다 숨졌다고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은 11일 보도했다. 자신의 생일날 마지막 앨범 '블랙스타'를 내놓은 지 3일 뒤였다. 특히 검은색 별이 들어간 앨범 커버가 유작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보위의 대변인은 보쉬의 페이스북에 "보위는 18개월간의 용감한 암 투병 끝에 이날 주위에 둘러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졌다"고 발표했다.
보위의 아들로 일명 '조위 보위'로도 알려진 '덩컨 존스'는 트위터에 "사실이라고 말하게 돼 매우 유감이고 슬프다"고 써 부친의 사망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40년이 넘는 음악 인생을 마감하게 된 본명이 '로버트 존스'인 보위는 1970년대 '글램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창시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꼽힐 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가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성적인 외모에 화려하고 독특한 차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악으로 전 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새로운 도전으로 독특한 예술 영역을 만들어 나갔다는 점에서 더욱 인정받고 사랑받은 뮤지션으로 꼽힌다. 실험적 기독교인이기도 했던 그는 글램 록 외에 아트 록, 하드 록, 댄스 팝, 펑크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음악까지 섭렵했다.
상업적 성공도 놓치지 않아, 대표작 중 하나인 음반 '지기 스타더스트'(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는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즈에 의해 역대 가장 위대한 록 앨범 50'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투병 중이었던 만큼 최근에는 공연을 하거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거의 없었지만, 칠순을 앞둔 거장은 이 앨범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69번재 생일이었던 지난 1월 8일엔 25번째 새 정규 앨범 '블랙스타'(Blackstar·★)를 발매하기도 했다.
음반유통사 소니뮤직은 이 앨범에 대해 9일 "전성기 시절 선보였던 특유의 록 음성을 이어간 전작에서와 달리 데이비드 보위가 이번에 원한 것은 '완전히 다른' 음악이었다"며 "여러 면에서 목표는 로큰롤을 피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보위의 오랜 프로듀서인 토니 비스콘티(Tony Visconti)는 이 앨범에 대해 "이별 선물(parting gift)"이라고 했다.
비스콘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대로 했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하기를 원했고, 최고의 방식으로 하기를 원했다"면서 "그의 죽음은 그의 삶과 다르지 않게 예술의 작업이며, 블랙스타를 우리를 위해 이별 선물로 만들었다"고 썼다.
이어 "나는 1년 동안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사랑과 생명으로 가득한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우리와 항상 함께 할 것이며, 지금은 울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가수 이승환은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나 앞서 가던 분이셨고 그래서 언제나 좇아가고 싶었던 분이었다"고 남겼다.
이어 "모든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던 위대하신 분"이라며 "'제프 벡' 형님 다음으로 제가 공연을 유치하고 싶어 했었던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빅뱅 지드래곤은 데이빗 보위의 사진과 함께 "Rest In Peace #Davidbowie"라는 글을 올리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탑도 데이빗 보위가 살아있을 때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며 "RIP"라고 적었다.
유아인은 "내가 어디로 가는 줄 모르지만 지루해지지 않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다(I don't know where I'm going from here, but I promise it won't be boring) #DavidBowie RIP, Bowie"이라는 데이빗 보위의 생전 발언과 함께 그의 사진을 올려 추모의 뜻을 전했다.
타이틀곡 '블랙스타'는 느리면서도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드럼 리듬에 몽롱한 색소폰·플루트, 현악 연주와 데이비드 보위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시각적인 효과와 연극 같은 무대 연출로 음악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글램 록'의 선두주자답게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는 신비로운 시각 연출이 더해졌다. 어둠의 세계를 연상하게 하는 화면 속에 꼬리 달린 여인이 등장하고, 우주 비행사의 두개골에는 보석이 박혀 있다. 남녀는 격하게 몸을 흔들고, 종교를 알 수 없는 종교인들이 의식을 행하는 등 환상적이고 기괴한 이미지가 영상을 메운다.
두 번째 싱글 '라자러스'(Lazarus)는 6분여 길이의 서사적인 곡으로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와 공간감을 형성하는 관악기, 이를 받쳐주는 견고한 리듬이 강한 흡입력을 만들어낸다.
보쉬가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작품 중 '라자러스'의 가사는 보쉬가 상상하는 천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이 자신의 유작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를 보세요. 나는 천국에 있어요.
나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흔적(scar)들을 가지고 있지요.
나는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드라마가 있지요.
모두가 이제 나를 알아요
Look up here, I'm in heaven
I've got scars that can't be seen
I've got drama, can't be stolen
Everybody knows me now"
'티스 어 피티 시 워즈 어 호어'(Tis A Pity She Was A Whore)는 17세기 영국 극작가 존 포드의 비극 '가엾도다, 그녀는 창녀'에서 제목을 가져온 노래로,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소리를 담았다. 빠른 박자의 록 리듬에 현란한 색소폰 연주가 독특하게 어우러진다.
'수'(Sue - Or In A Season Of Crime)는 2014년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곡이지만 이번 앨범을 위해 도니 맥캐슬린 밴드와 새로 녹음했다. 이전 앨범에 수록된 7분 24초 버전보다 곡이 짧고, 빠른 박자와 어두운 색채를 지닌 곡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 보위의 목소리 꺾임이 도드라지는 '걸 러브스 미'(Girl Loves Me), 서정적인 색소폰 연주와 현악 연주가 어우러지는 발라드 '달러 데이즈'(Dollar Days), 벤 몬더의 기타 솔로가 귀에 꽂히는 '아이 캔트 기브 에브리싱 어웨이'(I Can't Give Everything Away)까지 모두 7곡이 수록됐다.
소니뮤직에 따르면, 이 앨범의 아이디어는 2014년 봄 어느 일요일 저녁에 시작됐다. 보위는 친구의 추천으로 색소폰 연주자 도니 맥캐슬린의 재즈 쿼텟 공연을 보고서 열흘 후 도니 맥캐슬린과 그 밴드 드럼연주자 마크 쥴리아나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다.
보위는 이들과 2014년 11월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세션 녹음을 함께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뉴욕의 매직 숍 스튜디오에서 이번 앨범 준비를 같이했다. 오랜 동반자인 비스콘티와 드러머 재커리 알포드도 힘을 합쳤다.
보위는 지난 2004년 인터뷰에서 토크쇼 진행자인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에게 자신이 가수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전 기독교를 포함해 다수의 종교를 경험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젊었는 때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티벳 불교가 그 때는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기에 구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후 나는 니체, 사탄주의, 기독교를 거쳐 도예에도 빠졌다가 마침내 음악에 이르렀다"면서 "긴 여정이었다"고 했었다.
1976년 곡인 '스테이션 투 스테이션(Station to Station)'은 그의 가장 종교적인 곡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코카인과 마약 중독을 이겨내려는 과정에서 기독교로 돌아서면서 쓴 곡이라고 했었다.
보위는 1997년 Q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은 십자가의 정거장과 매우 관련이 있다"면서 "극도로 어두운 앨범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하고 비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