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우려와 유가 하락, 미국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또다시 혼돈에 빠졌다. 아시아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하락했고 외환시장도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44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3.72포인트(1.48%) 떨어진 2905.88에 거래되고 있다. 상하이 증시는 2.6% 하락 출발하면서 증시 폭락 사태를 겪었던 지난해 8월 종가 최저치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고점과 비교하면 무려 20%가 하락한 것이다.

Like Us on Facebook

같은 시각 선전성분지수는 28.91포인트(1.61%) 내린 1,762.27을 나타냈으며,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36.40(1.15%) 떨어진 3,119.48을 보였다.

이에 데이비드 추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중국 주식전략부문장은 중국 부채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올해 말까지 상하이 증시가 2,600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증시는 오전 장중 4%까지 폭락하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652.13포인트(3.68%) 하락한 17,063.50에 거래되고 있다. 닛케이 지수는 이날 장중 4%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닛케이 변동성 지수는 이날 33.61까지 오르며 지난해 8월7일 이래 최고치를 보였으며, 토픽스 지수는 49.67포인트(3.44%) 내린 1,392.42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29일 이래 최저치였다.

미즈호증권의 미노 히로아키 투자정보 담당은 "(닛케이 지수가) 17,000선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증시가 급락한 것은 미국 뉴욕 증시가 하락 마감하면서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의 위험 자산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4% 가량 떨어진 1,900.01에, 홍콩 항셍지수는 1.88% 하락한 19,559.90을 보이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도 1.40% 미끄러져 7,715.22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고시를 기점으로 뛰면서 오전 10시43분 달러당 6.6073 위안까지 올라, 역내시장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875 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전날 역내·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한 차례 역전됐지만, 이날 재역전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오전 10시59분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03원 오른 달러당 1천212.96원으로 올랐다.

반면 증시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엔화 환율은 전날보다 0.78엔 내린 달러당 117.52엔에 거래되고 있다. 홍콩달러 가치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달러 대비 홍콩달러 환율은 달러당 7.7663 홍콩달러를 보였다.

한편, 채권 시장에서는 중국 10년 만기 국채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0%로 2007년 9월 차이나본드 자료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의 국채 금리인 2.72%보다도 낮다. 국채 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류양 도쿄-미쓰비시은행 시장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로서는 매수할 대상이 없다"며 "증시는 성적이 좋지 않고 채권이 자연히 투자 대상이 됐다"고 설명하며, "인민은행이 시장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설 전에 선제적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당국은 역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통해 1천6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