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에 대해 증거가 없다면서 다시 부인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간의 합의와 관련, 일본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발언이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지만,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여당 의원의 질의에 "지금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베 총리 본인의 1차 집권기인) 2007년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며 "그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일·한간 청구권 문제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밝힌 뒤 "이번 합의에 의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만 '군의 관여'에 대해서는 "위안소 설치, 위생관리를 포함한 관리,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라며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는 점은 전부터 말해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군이 위안부들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적으로 동원된 것은 피해자 증언, 연합국 문서, 극동국제군사재판소 자료, 인도네시아 스마랑 위안소 관련 바타비아 임시법정 판결,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네덜란드 정부 조사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어떤 경우에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고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조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한일간 위안부 합의를 어기는 발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합의 이행만 촉구한 것.

더불어민주당도 "아베 총리의 발언은 지난달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임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에 합의 위반과 아베 총리의 이중적 행태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마땅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내 위안부 관련 상당수 학자·전문가들도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역사학연구회는 지난 2014년 10월 성명을 통해 납치 형태로 이루어진 강제연행이 인도네시아 스마랑과 중국 산시(山西)성 등의 사례에서 밝혀졌으며 한반도에서도 피해자의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면서 "일본군의 관여 하에 강제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