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남편이 부인의 코를 베어내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 남편은 7살 짜리 소녀를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학대 고문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AFP 통신과 데일리 메일, 뉴욕 데일리 뉴스, 뉴욕 타임스 등은 19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파리야브(Faryab) 주의 샤르샤르(Shar-Shar) 마을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칸(Mohammad Khan·25)이 아내 레자 굴(Reza Gul·20)의 손을 묶고 주머니칼로 코를 베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흐마다 자베드 베다르(Ahmad Javed Bedar) 파리야브 주지사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피를 많이 흘려 중태에 빠졌던 굴은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며, 병원 측은 굴이 터키에서 복원 성형 수술을 받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과 정보 당국은 현지를 장악한 탈레반 측을 통해 자취를 감춘 남편 칸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불과 15살 때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 20살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결혼 6년차로 1살짜리 아이까지 둔 굴은 그동안 남편한테 자주 학대를 받고 구타를 당하고 쇠사슬로 묶기도 하는 등의 폭력에 시달리다 친정으로 피했다가 남편 칸이 마을의 탈레반 지도자들 앞에서 때리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맹세를 믿고 돌아간 굴은 7살 난 소녀와 약혼하고 두번째 아내로 맞아들이려는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다 이런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3개월 전에 이란에서 돌아온 남편은 7살 밖에 되지 않은 둘째 아내를 데려온 것은 물론 반복적으로 아내를 구타하고 고문하는 등의 악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이란에 자주 일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남편은 굴을 오토바이에 싣고 유기하려고까지 했으나 굴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격노하자 달아났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굴의 어머니는 뉴욕타임스에 "못된 놈이 내 딸의 코를 베었다"면서 "잡으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분해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부인을 소유물로 여기는 풍조가 뿌리 깊은데다 가혹행위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해더 바르는 분석했다.
파리야브주의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하피줄라 페트랏(Hafizullah Fetrat)은 뉴욕 데일리 뉴스에 지난해 이 지역에서의 폭력이 전년보다 최소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파리야브주만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전 지역에 가난과 높은 실업률, 결혼에 대한 무지가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 메일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풍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카불에서 활동하는 여성 운동가 '알레마'는 "이런 짐승 같은 야만 행위를 사법 당국이 엄히 처벌해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탈레반에서 남성이 여성의 코를 벤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이 코가 베어진 18살 여성 비비 아이샤의 모습을 표지 사진으로 실어 국제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건도 피해 여성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퍼지며 비난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또 지난해 11월 중부 고르에서 한 젊은 여성이 간통 혐의로 투석으로 살해됐는가 하면, 작년 3월 수도 카불에서도 한 여성이 심하게 맞은 다음 불에 타 숨지기도 하는 등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탈레반이 칸을 구금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탈레반과 별도로 칸을 법적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일어난 파리야브주는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정부로부터의 식료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부정부패가 심각해 정부 관리들이 지원물품을 착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