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에서 가장 오래된 1천400여년 전 기독교 유적까지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IS는 그동안 문화유산 파괴를 일삼아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었다. 

20일 AP통신이 입수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A.D. 590년 이라크의 두 번째 도시인 모술에 건립된 성 엘리야 수도원(St. Elijah's Monastery)이 있었던 자리가 돌무더기 폐허로 바뀐 사실이 확인된다.

이 유서 깊은 성 엘리야 수도원에서는 수도사들이 대대로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올렸으며, 또 예배를 드려왔었다.

이 수도원의 출입문 근처에는 그리스도의 이름의 첫 두 글자를 의미하는 헬라어 'X(χ, 카이)'와 'P(로, ρ)'가 새겨져 있었다. 

이미지 전문업체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는 AP통신의 요청을 받은 뒤 성 엘리야 수도원의 위치를 고해상도로 찍어 예전 사진과 대조했다.

IS에 의해 파괴돼 폐허로 바뀌기 전에 모술의 한 언덕에 세워졌던 수도원 자리에는 돌과 회반죽으로 지어진 2천500여㎡ 규모의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지붕은 대부분 훼손됐지만, 본당과 채플실을 포함해 방 26개의 구분이 뚜렷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사진을 보면, 수도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도원이 IS에 의해 파괴된 것.

화상분석 전문가이자 상업위성사진 분석업체인 ASA(Allsource Analysis)의 CEO인 스티븐 우드(Steven Wood)는 "돌로 만들어진 벽들이 말 그대로 가루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성 엘리야 수도원이 2014년 8월이나 9월에 파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드는 "유적을 회색 먼지 더미로 바꾸는 데 불도저, 중장비, 해머뿐만 아니라 폭탄까지도 사용됐을 것"이라면서 "수도원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교회 지도자들과 중동의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은 이 같은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라크 이르빌에 있는 가톨릭 신부인 폴 타비트 하비브(Paul Thabit Habib)는 "모술의 기독교 역사가 야만스럽게 무너져내리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또 "우리는 이것을 기독교인들을 이라크에서 몰아내고 이 땅에서 우리의 존재를 제거하고 소멸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민간인 수천명을 살해한 것은 물론 이슬람 교리에 반한다고 여기는 중요한 문화 유산과 유적을 파괴해와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었다.

성 엘리야 수도원이 파괴되기 전에도 IS는 니네베, 팔미라, 하트라 등지에서 100곳 이상의 종교, 역사 유적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

박물관과 도서관을 약탈하고 고서를 태웠으며, 예술품을 박살 내거나 몰래 팔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