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은신처인 한 아파트에 설치해두었던 폭탄이 이집트 경찰과 폭탄 전문가의 해체 작업 도중 터져 경찰 7명 등 10명이 사망하고 13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BBC 방송 등은 이집트 경찰이 이날 카이로 외곽의 대피라미드(the Pyramids)가 있는 기자(Giza)주의 한 아파트를 급습할 때 폭탄이 터져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한 경찰들 중에는 이 지역 경찰청장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이슬람국가) 이집트 지부는 이번 폭발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슬람 형제단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이집트 내무부 등에 따르면, 무장 경찰이 이날 저녁 카이로와 접해 있는 기자주 하람 지역에서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한 아파트를 급습했다. 곧이어 이 아파트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경찰관 7명과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고 아흐메드 엘타마위 검사가 밝혔다.

이 폭발 여파로 또 다른 13명이 다쳤으며 이 중 2명은 중상이다.

앞서 경찰은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의 무장대원들이 이 아파트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날 이들에 대한 체포 작전을 전개했다.

이집트 내무부 관계자는 "경찰이 아파트에 설치된 시한폭탄을 해체하려는 도중 갑자기 폭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IS 이집트 지부는 그 다음날인 22일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부비트랩이 설치된 집에 들어간 이단자(경찰관) 10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우리가 폭탄이 설치된 그 아파트에 그들을 유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오는 25일 장기집권한 호스티 무바라크(Hosni Mubarak) 전 이집트 대통령을 하야시킨 이집트 시민혁명 발발 5주년을 나흘 앞두고 이집트 당국이 반정부 활동가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벌이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집트에서는 2014년 7월 이집트 군부가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정부군과 경찰을 겨냥한 테러가 자주 일어났다.

이집트 당국은 이에 이번 폭탄 폭발 사건에 대해 무슬림 형제단의 소행으로 보고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이슬람 형제단 운동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이집트 내무부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은 이슬람 형제단(Muslim Brotherhood) 단원들이 사제 폭탄을 이용해 이집트 시민혁명 5주년을 겨냥해 공격적 행위를 준비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이들이 한 카이로의 아파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21일 급습 과정에서 다수의 사제 폭탄을 아파트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탄 해체 전문가가 폭탄들 중 하나를 해제하려던 중 폭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슬림 형제단측에서는 이번 폭탄 폭발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자는 "이웃들 중 누구도 그들이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것을 몰랐다"면서 "알았다면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아파트는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입주자들은 대부분 6개월 가량 이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들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시나이반도 북부와 카이로에서 이런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상당수는 IS의 이집트지부인 '시나 윌라야트'(시나이지방)가 저지른 것으로 이집트 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