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반 이슬람 단체가 루턴(Luton)에서 십자가 행진을 벌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루턴은 어떤 곳일까?
런던에서 북쪽으로 5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루턴, 그 중에서도 베리팍(Bury Park)은 영국의 무슬림 집단 거주 지역 중 하나로, 특히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있는 루턴 센트럴 모스크(Luton Central Mosque)의 대표도 루턴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본거지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스테이시 둘리(Stacey Dooley)라는 한 여성은 왜 루턴이 '영국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수도'로 알려졌는지에 대해 "무슬림 광신주의가 판치는 루턴(My hometown fanatics)"라는 제목으로 심층보도를 통해서 알려 화제가 됐었다.
<스테이시 둘리(Stacey Dooley)의 "My hometown fanatics"라는 제목의 동영상>
동영상에서 여성들은 히잡, 니캅, 부르카 등을 두르고 있고, 모스크에서는 다른 이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슬림 예배가 드려지며, 무슬림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면서 영국은 지옥에 가라고 외치기도 한다. 이곳이 영국인지, 중동의 한 국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또 무슬림 여성 정치인 바로니스 와르시(Baroness Warsi 또는 사이다 와르시, Sayeeda Warsi)는 지난해 2월 루턴 베리팍 주변을 걸어가다가 충분히 무슬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이슬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광신적인 무슬림들에 의해 계란 투척을 당하기도 했다.
<계란 투척을 당한 여성 정치인 사이다 와르시>
"루턴은 영국에 위치해 있고, 건물도 영국식 건물이지만, 문화는 완전히 이국적이며, 영국에 대해 적의적이고 영국 사회와 문화에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한 언론은 루턴의 현실을 이 같이 말하고 있다.
루턴이라는 도시가 영국과 전 세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7월 7일에 일어난 런던 테러 이후였다.
당시 52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쳤던 런던 연쇄 테러 테러범들이 테러를 모의했던 곳이 바로 루턴이었기 때문. 4명의 테러 용의자들은 루턴의 기차역에서 만나 폭발물을 나눠 각자의 군대식 배낭에 담은 뒤 런던행 기차에 올랐다.
루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은 대부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들로,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매년 3월이면 피켓을 들고 나와 이라크에 파병 중인 영국군을 '학살자'나 '아동 살인자'로 부르며 영국군 철군을 촉구해왔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5명의 무슬림 남성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루턴 출신 군인들을 환영하기 위해 루턴에서 열렸던 퍼레이드에서 군인들을 살인자라고 부르고 지옥으로 가라고 하면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해 법원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01년에는 지하드(성전)을 위해 이슬람 테러단체에 가담했던 루턴 출신의 무슬림이 아프간 공습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같은 해 12월 19일에는 루턴에서 2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체포됐다.
2002년에는 당시 17세였던 무슬림 샤비나 베굼 양이 루턴 시의 한 중고등학교를 상대로 교복 대신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고 등교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2006년 5월에는 급진 성향의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 야신 나사리(29)가 미사일 제조계획서를 밀반입한 혐의로 네덜란드에서 귀국하는 길에 루턴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010년 12월 11일에는 스웨덴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한 타이무르 압델 와하브(28)가 영국 런던 북부 루턴의 베드포드 대학에 다녔으며 결혼 후에도 아내와 자녀와 함께 루턴에서 살았던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 테러는 스웨덴에서 발생한 사상 최초의 자살폭탄 테러로, 당시 스웨덴에 큰 충격을 줬었다.
그리고 2011년 2월 5일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EDL)은 루턴에서 무려 3천 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반이슬람 집회를 개최했으며, 이날 데이빗 캐머론 영국 총리는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소극적 관용을 원칙으로 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실패했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아 2013년 3월에는 무선조종 장난감 자동차를 이용해 루턴에 있는 국방의용군부대(Territorial army)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려 모의한 4명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하기도 했었다.
2013년 5월에는 영국에 정착한 이슬람 이주민 가정에서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에게 원치않는 결혼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발해 사회 문제화하되고 있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루턴의 한 경찰서에 잠옷 차림의 16세 소녀가 한밤 중에 달려와 가족의 강요로 한 남성과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면서 이를 무효화해주고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피해 소녀는 친지로부터 결혼을 거부하면 파키스탄으로 보내져 명예살인을 당할 수 있으며, 이런 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명예 살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국 경찰은 지난 2015년 3월 17일 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이슬람국가)가 있는 시리아에 합류하려다 앙카라 버스 정류장에서 체포된 뒤 19일 이스탄불에서 루턴공항으로 입국한 21세 영국인 여성을 테러 행위 준비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7월 4일에는 루턴에 살던 12명의 가족이 IS에 합류한 것은 물론 다른 무슬림들의 합류까지 선동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기독교로 개종한 영국 성공회의 나지르알리 주교는 지난 2008년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에서 무슬림 인구가 대규모로 집중된 지역에는 '출입 금지' 지역들이 설치되고 있으며 무슬림 이외의 주민이 들어갈 경우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 반 이슬람 단체가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다가 무슬림들로부터 욕설과 위협을 받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곳은 이슬람 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별천지가 된 셈이다.
루턴은 현재 인구 5명 중 1명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는 히잡을 두르지 않고 걸어다니는 무슬림 여성들이나 여학생들을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20년 전에 이 도시를 방문했던 한 기자는, 그 때는 히잡을 두른 여성들을 한 명도 보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20년 만에 도시 하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루턴의 무슬림 집단거주지역은 중동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노승현 재경일보USA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