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6일 공식 사퇴하고, 당 조직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더민주는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대위원 인선안을 의결, 중앙위 부의를 거쳐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구성 절차를 완료했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대위가 안정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대위에 이어 비대위 권한까지 모두 이임 받는 김 위원장은 두 조직을 축으로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한다.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마지막 최고위원회에서 최고위원들은 지난 353일 임기 동안 야권의 분열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도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가 당을 새로운 희망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날 문 대표 주제로 열린 190차 최고위원회의에는 '원년멤버' 중에서는 국민의당에 합류한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지난해 11월 사퇴한 오영식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다.

각 자리에는 당직자들이 감사의 뜻으로 준비한 화분이 놓여 있었고, 최고위원들은 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에 많은 상처가 생겼고, 갈등과 분열이 일어났다"며 "더욱 송구스러웠던 것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에 많은 실망과 걱정을 안겨 드린 점이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44일 동안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해온 이종걸 원내대표도 "독자적 행보로 당을 위한 문제제기를 할 때 대표와 최고위원, 당원 동지 여러분이 불편하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당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 애썼지만, 당의 분열을 막지 못해서 존경하는 당원과 국민에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고, 추미애 최고위원은 "우리 모두 성찰하면서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반성했다. 추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지난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계속된 비주류의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앞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끊임 없는 불복과 흔들기는 청산되어야 할 과제"라며 "비대위 출범이 야권통합과 연대의 길로 나아가는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기회가 되기를 앙망한다"고 밝혔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제가 최고위를 맡고서 손학규 대표부터 김종인 위원장까지 민주당의 대표가 15번째 바뀐다. 참 불안정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쇠파이프를 휘두를 대상"이라고 표현하는 등 여러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이 최고위원은 "노동계 출신으로 노동자 언어를 항상 쓰기 때문에 좀 매끄럽지 못했다. 양해 바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모진 풍파를 겪으며 우리 당을 그래도 이만큼 올려놓고 떠나는 문재인 대표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 최고위에서 1년 동안 보여준 안 좋은 모습을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 "친노 최대한 배제"...호남 배려·정책통 전면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하며 '문재인 체제'를 대신할 새 지도체제를 구축하고 막강한 권한을 쥔 새 대표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김종인 위원장을 포함, 박영선(서울) 변재일(충북) 우윤근(전남) 의원과 이용섭(광주)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주변 인사들에게 "친노(친노무현)는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배치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포용적 성장과 '더많은 민주주의'를 총선전의 양대 키워드로 삼아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