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사망한 지 약 1년 된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이 여중생의 아버지가 현직 목회자요 신학대 교수인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아버지의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에는 사망한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딸이 사망한 후에 가출했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은 물론 딸의 시신을 집에 방치한 채 1년 동안이나 목회를 하고 신학대 강의를 다니고, SNS에도 딸의 사진을 걸어놓았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이 아버지는 또 목회자에 신학교 교수나 되는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부활을 믿고 시신을 장기 방치했다"고 황당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최근까지도 딸이 살아있는 척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3일 폭행치사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모 교회 담임목사이자 모 신학대 교수인 A(47)씨와 계모 B(40)씨를 긴급체포했다. 계모는 본처가 사망한 후 재혼한 여성으로, 자신의 강의를 듣던 수강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3월 17일 부천 자신의 집에서 여중생인 막내딸 C(14)양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 가량 시신을 작은 방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여중생의 아버지인 40대 A씨가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간 시신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중생의 시신은 이날 오전 9시께 경찰이 A씨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작은 방에 이불이 덮인 채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작은 방 입구에는 시신에서 풍기는 악취를 막기 위해 습기제거제와 방향제, 향초가 어지럽게 놓여 있어 악취 제거에 신경을 쓴 흔적도 역력했다.

A씨는 경찰에서 "딸의 사망 당일 저녁쯤 훈계를 했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죽어 있었다"며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 두고 집에 방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딸이 사망하기 전날 5시간 가량 딸을 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0일 C양이 다니던 중학교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가출한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아울러 C양의 사망 후 보름 정도 지난 3월 31일 "딸이 가출했다"고 경찰에 신고, 딸을 죽이고서도 거짓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C양이 숨진 직후인 18∼19일에도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가출했다. 연락은 되지 않지만 돈을 많이 갖고 나갔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학교 측은 C양이 결석한 3월부터 6월 초순까지 3차례에 걸쳐 출석독려서를 보냈다. 앞서 2차례는 동거인인 계모 여동생의 집으로, 마지막 독려서는 A씨 앞으로 발송됐다.

거짓말을 일삼던 A씨는 같은 달 31일 실종신고를 하라는 담임교사의 독촉에 못 이겨 가까운 지구대에 신고했다.

경찰은 C양이 과거에도 잦은 가출을 한 점으로 미뤄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A씨는 담임목사로 사역하면서 모 신학대 교수로 강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이 되고 있다.

딸을 1년간 방치한 상태에서 설교를 하고 강의를 하러 다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노컷뉴스에 따르면, "딸의 부활을 믿고 시신을 장기 방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딸의 시신을 집에 두었다'는 진술을 숨진 C양의 부모로부터 확보했다"고 말했다.

신학대 교수의 말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목회자요 신학대 교수라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씨는 모 신학대 겸임교수로 지난 2014년부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으며, 지난해 2학기까지 대학에서 기초 헬라어(고대 그리스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또 대학 교회에서 '신앙인의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주관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대학 교수들과 함께 종교 관련 번역서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도 계속 해왔다.

학교에서 그는 '공부에 빠진 사람'으로 통했으며, 주변에서 "학문적으로 잘난 척을 너무 한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이씨의 대학 동창인 김모씨는 서울신문에 "매일 저녁 9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성실했고 사교성도 좋아 전임교수와 잘 지냈다"며 "지난주에도 교수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는데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동창 김씨는 서울신문에 "학생들에게 자주 밥을 사 주고 강의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평가가 꽤 좋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부천의 한 작은 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했는데, 평일 오후 8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수요일 오후 8시, 금요일 오후 8시에 예배를 드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인은 서울신문에 "3년간 이 목사의 설교를 들었는데 교훈이 되는 얘기가 많았다"며 "(딸이 죽은 후에도) 일요일 오전 예배가 끝나면 교인과 함께 도시락이나 김밥을 사다 먹는 친근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여중생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망 시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A씨의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에는 3일 현재 A씨의 두 딸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데, 'V'자를 그리며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 중 왼쪽에 있는 아이가 사망한 A씨의 막내딸로 추정되고 있다.

A씨의 큰 딸은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고, 큰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해 지방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