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 동성결혼 합헌 판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파의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79) 연방대법관의 장례식에 불참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가 20일로 예정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대신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장례식 당일 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보수주의자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후임 선정과 임명에 집중하면서 정작 초당파적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스티븐 래트너 전 특별보좌관은 대통령의 불참 소식을 트윗하며 "우리가 당파성을 줄이고자 한다면,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위대했던 공무원에게 존경심을 보이면서 시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폭스뉴스의 진행자 숀 해너티는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을 강력히 비난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바빠서 참석할 수 없는 장례식 명단이 여기 있다"고 비꼬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운동 캠프 대변인 팀 밀러 역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며 "나의 엄마가 주신 메시지 중 하나는 장례식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될 때는 가야 하는 것이 맞다라는 사실"이라고 글을 남겼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LA타임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실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윌리엄 렌퀴스트(William H. Rehnquist) 대법관이 사망했을 때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물론 그의 업적을 칭송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오바마 대통령이 스캘리아 대법관의 장례식에서 발언하는 것이 부적절했을 수 있고 스캘리아의 가족들도 오바마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대통령은 참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소재 정치 전문웹사이트이며 여론조사기관은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은 기사를 통해 "수치스런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런 대통령을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미국의 수뇌로 두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 아젠다 또는 개인으로서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미국을 대표해야 한다"며 "수십년간 연방대법관직을 수행해왔던 한 남성을 추모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며, (장례식 불참은) 이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