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소설'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작가 하퍼 리가 향년 89세로 지난 18일 별세했다.

리는 이날 이른 아침 앨러배마주 먼로빌(Monroeville)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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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빌은 리의 고향이자,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인 메이콤(Maycomb)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리는 지난해 '앵무새 죽이기'를 내놓은 지 무려 55년만에 후속편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출간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날 죽음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리는 '앵무새 죽이기'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독신과 은둔 생활을 해왔으며, 20일 치러진 장례식도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참석한 채 열렸다. 그의 은둔의 삶과 생전의 바람에 따른 것이었다.

엄격한 경호 속에서 먼로빌의 한 교회에서 추모 예배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끝난 뒤 리의 운구는 은색 영구차에 실려 아버지와 언니가 묻힌 공동묘지로 향했다.

리는 생전에 장례식을 신속하고 조용하게 치러달라고 부탁해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추모예배 추모사도 리의 생전 요청에 따라 절친한 친구인 역사학자 웨인 플린트(Wayne Flynt) 교수가 낭독했다.

단 두 작품만 내놓은 리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의 대공황기인 1930년대 앨라배마의 한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흑인 차별 실태를 어린 소녀의 눈으로 낱낱이 고발한 소설로, 1960년 7월 11일 정식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리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고 이듬해에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앵무새 죽이기'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천만 부 이상 팔렸으며, 20세기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1991년 미 의회 도서관의 조사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미국인의 삶에 가장 영향을 준 책으로 꼽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의 이름을 그녀의 위대한 작품을 통해서 알고 있지만, 고향의 사람들은 그녀를 조용한 믿음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과 함께 그녀의 기독교적 신앙에 대한 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리의 신앙이 그녀의 작품들 속에 깊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녀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리는 오랜 연합감리교(United Methodist Church) 신자다.

추모사를 낭독한 리의 오랜 친구이자 침례교 사역자이기도 한 플린트 교수는 "리는 킹제임스버전(KJV)의 언어의 고상함을 사랑했다"면서 "그녀는 성경을 읽는 가정에서 자라났고, 그것이 어린시절 그녀에게 각인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플린트 교수는 또 "파수꾼을 세우라(Go Set a Watchman)은 '누군가가 이 마을의 도덕적 나침반이 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사야는 선지자였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파수꾼으로 세우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파수꾼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히브리인들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그들을 올바르게, 올바른 길로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보다 더 고상한 제목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CNN과 같은 언론들도 그녀의 작품 속 언어들에서 성경의 내용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CNN의 한 기자는 리의 작품에 대해 "예수께서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이상주의를 다시 회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우리 주변의 불의와 가난, 그리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억압, 죄를 받아들이지 않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연합감리교의 지도자들을 포함해 일부에서도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성경 지식에 대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감리교의 한 관계자는 "리는 성경을 많이 읽었다"면서 "몇 년 전에 나를 위해 '앵무새 죽이기' 사본에 사인을 해주었는데, 성경도 인용했다"고 말했다.

AL.com의 한 기자도 "리는 성경 지식이 남부 문학의 토양인 시대에서 자라났다"고 보도했다.

리는 또 <앵무새 죽이기>의 인세를 지역 교회를 세우는 데 기부하기도 했다.

리는 이제 이 생에서의 삶을 마쳤지만, 그녀의 이름과 존재, 그리고 신앙은 그의 작품을 통해 영원한 유산이자 전설로 남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