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교회 김병삼 목사가 "올해부터 교회에서 사례비 외에 어떤 ‘목회비’도 받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회자의 사례비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면서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논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목사는 이 글에서 "요즘 교회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목사는 '나는 사례비를 얼마를 받습니다', 어느 교회에서는 '교회 예산을 이렇게 공개합니다'라고 밝히고, 그래서 '이런 목사님은 참 깨끗합니다', '이런 교회는 참 본받을 만합니다'라고 말을 한다"면서 "모두가 돈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형교회는 목회자의 사례비가 많다는 것에서 문제가 되고, 작은 교회에서는 생활비조차 힘든 목회자들 때문에 걱정"이라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또한 기독교 역사 가운데 ‘돈’의 문제는 늘 논쟁의 핵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대형교회의 목회비와 사례비에 대해 "특히 문제가 되는 대형교회 사례비와 여러 가지 목회비들에 대하여 우리는 너무 단선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면서 "상황과 형편을 무시하는 자기중심적 생각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올해부터 교회에서 사례비 외에 어떤 ‘목회비’도 받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고 공개했다.
김 목사는 목회비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에 대해 "이 말은 외적으로 굉장한 선언인 것 같지만 속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서 목회비 판공비라는 것이 자꾸 문제가 되니까 그 문제를 없애기 위해, 모든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교회법인’ 카드로 사용을 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목회비를 여전히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사례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교회들을 보면서 이런 ‘목회비’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면서 "그런데 교회의 일정 규모가 되면 목회적인 차원에서 베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와야 하는 경우들이 참 많다"며 대형교회 목회자에게는 목회비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례비에서 이런 것을 다 낼 경우,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김 목사의 주장은 목회자마다, 교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목회자의 사례비나 목회비 등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보면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목회비에 이어 교회 건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털어놨다.
김 목사는 "우리는 커다란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마치 죄인인 것처럼 생각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건물이 커지면 그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헌금이 사용되는데, 나도 건물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한 때는 건물 없는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어느 날 '우리 윗세대 분들의 생각과 유산이 또한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한국교회는 세워진 건물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큰 교회 건물들이 있는 상황에서, 교회 건물에 대해 비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것.
김 목사는 그러나 "더 이상 건물 중심의 교회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목사는 대형교회의 여러 가지 현실도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몇 년 전 교회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음향과 영상장비도 갖췄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기술과 장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할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만나교회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급여를 줘야 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급여로 많은 헌금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헌금으로 건물이 아닌 구제와 선교를 위해 쓰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교회가 많은 이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는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계속해서 "또 어떤 교회는 교육에 사명을 가지다보니 ‘건물’을 짓는데 헌금이 많이 쓰이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사회적 공헌에 가치를 두기도 하고, 또 어떤 교회는 교회 개척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을 가장 귀한 가치로 두기도 한다"면서 "‘나는 이런 목회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도록, 서로가 격려하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필요하고, 그 마음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주장도 조금은 사려 깊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아버지이자 만나교회의 원로목사인 고(故) 김우영 목사와 관련해 자신의 마음 안에 있었던 무거운 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 목사는 "만나교회 담임이 되었을 때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던 아버님의 예우에 대한 부분이었다"면서 "당시 만나교회는 많은 빚을 안고 있었기에, 은퇴하신 목사님에게 월 사례비와 집을 전세로 얻어 드리기로 했고, 아무 이견이 없이 진행이 되었지만, 은퇴하신 목사님이 타는 '승용차'가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였기 때문에 아무리 예우를 잘 해드린다 해도, 아들인 현재 담임목사보다 사례비를 더 드릴 수 없고, 더 좋은 차를 타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면서 "당시는 어느 정도 교회의 규모가 되면 목회자들이 좋은 차를 타는 것이 유행처럼 생각되던 때였지만, 저희 4 남매는 아버님이 평생 목회를 하시는 동안 작은 차를 타시라고 권했고, 당시 동일한 규모의 목회자와 부흥사들에 비해 저희 아버님은 소나타 이상의 차를 타보시지 못했다. 그런데 아프시기 바로 전, 교회에서 에쿠스라는 고급차를 사 주셨는데, 그 차를 얼마 타 보시지 못하고 은퇴를 하시게 되었고, 그 때 저는 ‘옳음’ ‘바름’이라는 생각에 그 차를 바로 처분하고 조금은 작은 차로 교체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줄 몰랐고,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아버님이 평생을 목회하시고 갑자기 돌아가신 후, 남겨진 유산이 없다는 것이 자식들에게는 참 자랑스러웠다. 은퇴 시 받은 집도 이미 교회에 돌려드렸고, 돌아가시며 통장에 남은 돈은 3만원도 되지 않았고, 마지막 ‘부의금’까지 모두 모아 장학금으로 내 놓았다. 자식으로 자랑스러웠다"면서 "그런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오늘 한국교회에는 목회자들이 다른 목회적 환경에서 다른 목회들을 하고 있다. 그 다양한 현장 가운데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도 많겠지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한다면 좋겠다. 혹 우리의 주장과 경건이, 위선이나 독선이 되지 않도록"이라며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