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주 상원이 지난 2월 15일 통과시킨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학생이 출생 당시 생물학적인 성별에 따라 화장실과 라커룸(탈의실)을 사용하게 하도록 한 법안이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주 상원은 당시 찬성 20표 반대 15표로 법안을 승인해, 데니스 다우가드(Dennis Daugaard)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공화)가 법안에 서명하면 트랜스젠더 학생의 화장실 사용을 법에 명시한 미국의 첫 번째 주가 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데이빗 옴달 상원의원(공화)는 "어린 친구들의 순결을 지켜주는 법안"이라며 다른 의원들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독려했다.

옴달 의원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이 법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너무 꼬여서 당신(트랜스젠더)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분명히 말하건대, 이 법안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다른 성의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었다.

다우가드 주지사도 원래 이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정을 하기 전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결국 지난 1일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휴먼라이츠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이 이 법안이 차별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하자 소송에 걸리는 것이 두렵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우가드 주지사는 거부권 행사와 관련 "사우스다코다 교육청에서 트랜스젠더 학생의 화장실 사용으로 인해서 문제가 된 적이 없다"면서, 실제로 성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해야만 이런 법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트랜스젠더 학생의 화장실 사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와 교육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법으로 만들지 않아도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 필요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화장실과 라커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것을 주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교육청의 재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우스다코다주 하원은 4일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는데 실패해, 이 법안은 최종 무산되게 됐다.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36명 찬성에 29명 반대, 5명 기권으로 역부족이었다.

미국 주의회협의회(NCSL) 연구분석가인 조엘렌 크랠릭은 지난 몇년간 미국 내 여러 주에서 트랜스젠더의 공공 시설 사용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 내용을 법안으로 통과시킨 것은 사우스다코타주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4일 타임지 등에 따르면, 이 법안은 사우스다코타주 소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출생 시 염색체와 생물학적 신체 구조'(chromosomes and anatomy at birth)에 맞게 화장실과 기타 시설을 사용해야 한다.

이 법안에 따라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더라도 태어날 때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었다면 남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반대라면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싫다면, 트랜스젠더 학생 부모의 서면 허가가 있을 경우 이 학생에게 '타당한 숙소(reasonable accommodation)'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방에 따로 포함돼 있거나 직원이 따로 지정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화장실과 탈의실, 샤워실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미국 시민자유연맹 사우스다코타 지부를 비롯한 인권 단체는 법안이 차별적이라며 다우가드 주지사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화장실을 따로 쓰게 하는 정책은 트랜스젠더 학생을 특정하고 또래 집단으로부터 고립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포춘지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최소 5개의 주가 비슷한 '화장실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과 관련한 법안은 지난주 버지니아주 의회 소위원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