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에서 최근 테러방지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야당 의원 38명이 연단에 올라 무려 192시간 25분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펼치며 표결 저지에 나서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미국 미주리주에서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종교자유법안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인 민주당의 필리버스터가 펼쳐졌다.

9일 CNN과 폭스 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주리주 상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종교적 이유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단체, 결혼 관련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이른바 '종교자유법'의 표결 처리를 막기 위해 39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7일 오후 4시에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9일 오전 7시에서야 끝났다.

그러나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선결발의'라는 제도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제한했고, 결국 찬성 23, 반대 9로 상원 합동 결의안 39호(종교자유법)는 가결 처리됐다.

전체 34석인 미주리주 상원은 공화당 24석, 민주당 8석, 공석 2석으로 이뤄져 있다.

미주리주 상원은 10일 이 법안에 대한 최종 투표를 한 번 더 실시한 뒤 하원에 넘긴다. 역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도 통과하게 되면, 이 법안은 올해 8월 또는 11월 주민 투표를 거치게 된다.

공화당 소속 밥 온더(Bob Onder) 의원이 발의한 종교자유법은 지난해 연방대법원에 의해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역차별 및 공격을 당하게 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법원 서기나 결혼식장 업자, 종교 단체, 베이커리 주인, 꽃집 주인 등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공화당은 종교자유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차별을 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당시 필리버스터의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하다.

무제한 토론에 지친 의원들이 잠을 청하거나 옷을 바꿔입으러 나가는 바람에 의사당은 거의 텅 비었다.

일부는 매시간 정족수를 셀 때만 의사당에 들어오기도 했고, 안건과 별 상관없는 주제를 논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성 소수자의 권리 옹호를 위해 나선 자당 의원들을 트위터 등으로 격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동등한 결혼은 법에 명시된 것"이라면서 "차별을 막기 위한 미주리주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지한다"고 썼다.

샌더스 의원도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모든 선출직 공무원의 의무"라면서 "필리버스터는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제이 닉슨(Jay Nixon) 미주리 주지사도 이날 성명을 통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려 애쓴 민주당 의원들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밥 온더 의원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미주리인들의 종교 자유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법의 적용대상을 결혼 사업으로 제한해 모든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주리주 상원은 이번 필리버스터로 지난 1999년 낙태법안 표결 때 작성된 해당 의회의 최장 시간 무제한 토론 최장 시간(38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울러 연방 상원까지 합쳐 역대 상원 역사상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최고는 1957년 민권법 저지를 목적으로 연단에 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 스트롬 서몬드가 작성한 24시간 18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