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가 국교인 이슬람을 버릴까? 그 역사적 결정이 암박했다.

방글라데시는 무슬림 인구가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이슬람 국가다. 그러나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 시아파 등 소수 종교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자 이슬람을 국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고 법원은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인데, 수천명의 무슬림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유혈투쟁을 하겠다며 정부에 대해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아직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당장 이슬람 국교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나오고, 대법원이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은 의미있는 움직임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오는 27일(현지시간) 이슬람 국교를 폐지하고 세속국가로 돌아가자는 청원에 대해 청취할 예정이다. 이는 이슬람을 국교로 지정한 지 28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한 방글라데시는 원래 세속 국가를 선언했지만, 쿠데타로 집권한 후세인 무함마드 에르샤드(H.M. Ershad)가 1988년 헌법을 개정해 이슬람을 국교로 지정했다.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내려는 정적들을 처치하고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12명의 시민이 이슬람 국교 지정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고, 소수 종교 지도자들이 이들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재판부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더는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대법원은 오는 27일 변론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25일 방글라데시 주요 도시들에서는 수천명의 강경 무슬림들이 대법원의 의견 청취에 대해 반대하면서 분노의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7천 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수도인 다카의 한 모스크 밖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피의 대가를 치러서라도 우리의 종교를 지켜낼 것"이라고 외쳤다.

급진적 이슬람 지도자들도 극단적인 폭력 시위를 벌이라고 선동했다.

한 과격 이슬람 단체의 지도자인 누르 후사인 콰세미(Noor Hossain Quashemi)는 시위에서 "이슬람 국교 지위가 박탈될 경우,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전면적인 행동에 나설 것"고 말했다.

정부측의 라나 다스굽타(Rana Dasgupta) 검사는 27일 의견 청취 후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여겨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기독교인, 시아파 무슬림, 힌두교인 등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힌두교 성전과 모스크를 상대로 연쇄 공격을 감행해 힌두교 종교지도자들을 살해하는 등 과격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