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한 법원이 최근 무슬림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할 것을 명령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지역 언론이자 보르네오섬에서 가장 큰 영자 신문인 보레노오 포스트 온라인(Borneo Post Online)에 따르면, 쿠칭 고등법원(Kuching High Court)의 유 젠 키에(Yew Jen Kie) 판사는 지난 23일 10세 때 부모에 의해 이슬람으로 강제 개종한 한 41세 남성이 공식적으로 이슬람 신앙을 포기하고 법적으로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로, 자신의 신분을 기독교인으로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남성의 이름은 '루니 레빗(Rooney Rebit)'으로, 이전 이름은 '아즈미 모하마드 마잠 샤(Azmi Mohamad Azam Shah)'였다.

유 판사는 이 판결문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말레이시아 헌법 11조를 인용했다.

유 판사는 판결문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헌법적 권리"라고 말했다.

앞서 레빗은 자신이 무슬림이 아니라 기독교인으로 법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유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레빗의 종교 자유를 위한 다수의 명령도 내렸다.

유 판사는 사라왁 이슬람 종교부(Sarawak Islamic Religious Department)와 사라왁 이슬람 위원회(Sarawak Islamic Council)에 레빗이 이슬람을 버렸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공식 문서를 발급해줄 것을 명령했다.

여성 판사인 유 판사는 또 주 정부에 대해서도 레빗의 신분증과 정부 등기소에 있는 정부 기록 문서에 레빗이 기독교인이며 이름도 '루니 아낙 레빗(Rooney Anak Rebit)'으로 법적으로 개명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할 것을 명령했다.

앞서 주 정부는 사라왁 이슬람 종교부와 사라왁 이슬람위원회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법정으로부터의 명령 없이 레빗의 신분증에 기록된 종교와 정부 기록에 대해 변경하는 것을 거부했었다.

유 판사는 레빗이 이슬람을 자신의 종교로 선택한 적이 없으며, 공식적으로 자신이 이슬람이라고 고백한 사람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레빗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성인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인 지난 1999년 기독교인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비다유족(Bidayuh)인 레빗은 자신의 부모가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후 부모에 의해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결로 공식적으로 기독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샤라왁교회협회(The Association of Churches Sarawak, ACS)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환영을 표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는 앞서 지난 2007년 '리나 조이(Lina Joy)'는 연방 법원으로부터 신분증에 기록된 자신의 공식 종교를 변경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패소한 바 있다.

'아즐리나 자일라니(Azlina Jailani)'라는 이름을 가졌던 리나 조이는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무슬림으로 자랐지만, 26세 때 기독교인이 되기로 하고 이름을 '리나 조이'로 개명했다. 그러나 신분증에서 리나의 종교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었다. 신분증에 종교가 이슬람으로 되어 있을 경우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라, 비무슬림과 결혼할 수 없으며 이슬람을 믿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거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 주 정부 차원에서 배교법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켈란탄(Kelantan) 주 의회에서 이슬람 배교 혐의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법안을 심의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