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여성이 임신을 해서 찼아왔습니다. 그런데 기쁜 얼굴이 아니고 수심이 가득 찬 얼굴이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울먹울먹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사실 자기는 얼마 전에 자연유산을 하고 또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서 브팔로델(parlodel)이라는 약을 먹고 있는데, 임신을 계속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인터넷에서는 약을 끊으라는 얘기가 나와서 그냥 지금 안 먹고 있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약을 안 먹으니 불안하고, 뇌하수체 종양(microadenoma, 미세샘종)이 이 약을 끊어면 더 커진다고 한다는데, 먹자니 임신이 걱정되고, 끊자니 혹이 커지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지난 밤을 홀딱 새고 지금 찾아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Like Us on Facebook
이 분은 지금 뇌하수체 종양(pituitary microadenoma)가 있어서, 가만 있어도 젖이 나오는 병에 걸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혹이 10mm 이하일 경우에는 몰라도 10mm 이상이 되고 미세샘종(macroadenoma)가 되면 두뇌의 시신경을 누르면서 시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통이나 우울증 등 감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분은 팔로델(parlodel)이라는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이 왜 이렇게 고민을 하는가 하면, 첫째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팔로델(parlodel)이라는 프로락틴 레벨(prolactin level)을 낮추는 약이 임신 때 먹으면 안 되는 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6년 지금은 연구 결과, 이 약이 pregnancy category B로 분류됩니다. 이 말은 임신 때 먹어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인터넷에서는 옛날 데이터를 가지고 임신에 아주 안 좋은 약 취급을 해서 인터넷에서 이 정보를 보는 사람들이 혼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 분은 뇌하수체 종양이 걱정되어서 약을 계속 먹으려다가, 얼마 전 자연유산한 생각도 나고 아기 욕심이 생겨서 자신이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아기를 가지기 위해 그냥 약을 끊었지만, 약을 끊고 나니 하도 불안해서 잠도 못 자고 이렇게 뿌시시 한 모습으로 의사를 찾은 것입니다. 아무 걱정 말고 그냥 약을 먹으면서 임신을 하고 애기를 낳으면 되는걸 가지고 이렇게 혼자서 고민을 한 것입니다.
둘째로 이 분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팔로델(parlodel)이라는 약이 배란이 잘 되지 않아서 먹는 경우, 임신을 하면 바로 끊어야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 없이 프로락틴(prolactin) 분비가 많이 되고 생리가 불규칙 한 분들도 팔로델(parlodel)이라는 오늘 환자와 똑같은 약을 먹는데, 일단 배란이 잘되서 임신이 된 경우에는 더 계속 먹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고 당연히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병이 뭔지, 왜 약을 먹는지, 또 이 약이 애기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목 조목 따져서 인터넷에서 이 말 저 말 나온 것들에 혼동이 생긴 것을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걱정 않고 팔로델(parlodel)을 잘 먹으면서 임신을 하기로 했습니다. 많이 불안에 시달리다가 진료 후에는 웃으며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히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은, 임신 때에는 태반에서 여러가지 호르몬이 분비되고 어떤 경우에는 프로락틴 레벨(prolactin level)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씩 피검사를 해서 검사(moniter)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약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