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복싱 전설' 매니 파퀴아오가 은퇴경기에서 승리 후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또 자신과 은퇴전을 치른 상대를, 경기 다음 날인 10일 저녁 성경공부에 초대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상대는 시간을 묻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성경공부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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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는 지난 9일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MGM Grand Garden Arena)에서 은퇴경기를 치렀다.
파퀴아오는 티모시 브래들리(미국)와의 WBO 인터내셔널 웰터급(66.68kg) 타이틀전에서 두 차례 다운을 빼앗은 끝에 3대 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고별전을 통해 여전히 현역으로 뛰기에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했지만, 파퀴아오는 “복싱 팬들에게 고맙다. 이제 나는 은퇴한다.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을 섬기고 싶다(As of now I am retired, I am going to go home and think about it, but I want to be with my family. I want to serve the people [of the Philippines])”며 복싱선수로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는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항상 나와 함께 계셨던 하나님께 영광을(Through thick and thin. Always by my side no matter what. To God be the glory)"이라는 글을 남기며, 자신의 프로 복싱선수로서의 경력을 마감하면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다. 특히 사진 속 파퀴아오는 아내 진키 파퀴아오와 다정히 어깨동무 자세를 하고 해맑은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파퀴아오는 1995년 불과 17살의 나이로 프로데뷔전을 치렀으며, 2년 후인 1997년 동양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듬해 WBC(세계복싱평의회) 플라이급(50.80kg)으로 첫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따내는 등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2008년 12월에는 6체급을 석권한 미국의 ‘골든 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를 상대로 예상을 깨고 특유의 소나기 펀치로 8라운드 TKO승을 거두면서 복싱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파퀴아오는 승승장구하면서 사상 최초로 8개 체급에서 10번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대업을 이루었다. 21년간 통산 전적은 58승2무6패 38KO다. 한 체급에 머무르지 않고 50kg대에서 시작해 70kg에 가까운 체급까지 체급을 꾸준히 올리면서 무려 11체급을 거쳤다.
그의 별명은 ‘팩맨(Packman)’인데,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전자오락 게임 주인공 이름이다. 8체급을 석권한, 저돌적이지만 정확하고 빠른 소나기 펀치로 상대를 제압하는 파퀴아오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은퇴 경기에서도 이러한 전성기 때와 같은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노숙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도넛을 팔거나 철공소의 노동자로 일하기도 하는 등 가난과 사투했던 필리핀 빈민가의 소년은 단돈 2달러를 벌기 위해 프로 복싱계에 뛰어들었다가 세계적인 복싱 선수가 되면서 필리핀의 영웅이자 희망이 됐고, 복싱 역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복싱의 전설이 됐다.
그러나 파퀴아오는 신실한 신앙인, 기독교인이라는 이미지가 또 있다. 그리고 그는 기독교인들에게도 영웅이요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퀴아오는 지난 4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하나님과 조국 필리핀을 위해서 싸운다고 말한 바 있다.
파퀴아오는 당시 "나는 복싱을 통해 주님과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팬들을 기쁘게 해주기를 원한다"면서 "나는 사람들이 내가 하나님과 조국 필리핀을 위해 싸운다는 것을, 그들에게 명예와 영광을 선사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한다"고 했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근거해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파퀴아오는 그러나 "모든 기독교인 운동 선수는 하나님은 물론 다른 모든 신자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공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성경이 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신앙과 영생의 소망에 대해 말할 때, 나의 팬들은 물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소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파퀴아오는 특히 은퇴전에서 판정승을 거둔 후 상대인 브래들리와 사각링에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성경공부에 초대했다고 한다. 브래들리는 "몇시에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성경공부에 참석하지는 않았다고.
한편, 권투 글러브를 벗고 링을 떠나는 파퀴아오는 이제 정치인 생활에 전념한다.
그는 2010년 필리핀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고 2013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올해 5월 선거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한다. 그가 정치인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릴 경우, 대통령이 된 파퀴아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퀴아오는 크리스천포스트에 자신이 정치에 투신한 것에 대해 "나는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돕고 싶다"고 했었다.
또 "필리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복싱은 나의 열정이지만, 정치는 나의 소명"이라고 덧붙였었다.
파퀴아오는 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엔 피해자를 위해 대전료 전액을 모두 내놨고, 메이웨더와의 경기에서 받은 대전료 1억 달러 중 절반도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했다.
그러나 파퀴아오는 복싱 선수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파퀴아오의 프로모터인 밥 아럼(Bob Arum)는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 "앞으로 파퀴아오가 복귀전을 치르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면서 "병원을 세우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필리핀 국민들을 돕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퀴아오가 현재는 재정적인 문제가 없지만, 정부가 아닌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병원을 세우다 보면 재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퀴아오는 자신보다 가족들이 은퇴하는 것을 더 원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내 마음에서는 50대 50"이라면서 "은퇴한 삶을 즐길 수도 있고 복귀를 원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지금 내 결정은 은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