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전 세계 시장에서 동시 출시되는 사실상 첫 홍채인식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2분기 애플 안방인 북미 지역에서 애플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생체인식 기술을 선도적으로 채택하며 자신감을 드러냄에 따라 카피캣'(Copy cat)이라는 그간의 오명도 말끔히 벗어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채인식은 단순히 스마트폰 잠금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애플리케이션 연결 등 큰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경쟁사보다 먼저 홍채인식을 상용화하고 널리 보급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메인 스트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애플을 따라잡는 데 급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입이 거칠었던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불과 5년 전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카피캣이라고 비하했다. 독창적이지 못하고 베끼기만 한다는 모욕이었다.

어느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단골 기능으로 자리잡은 지문인식의 경우도 애플이 2013년 9월 아이폰5s에서, 삼성전자가 이듬해 2월 갤럭시S5에서 잇따라 채택해 관심을 모았다. 삼성이 앞서나간다는 느낌은 좀처럼 받기 어려운 때였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조금씩 판도가 바뀌었다.

제품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더는 이렇다 할 혁신이 시도되지 않았다. 보급형 모델의 저변이 확대됐고,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등 중국 제조사들이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주자로서 이 변화의 시기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갤럭시노트7의 홍채인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과감한 시도다. 삼성전자가 미래 스마트폰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개척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경쟁사들이 따라오면 '선구자'로 기억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일단 외신들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단순히 홍채인식의 속도나 환경에 따른 정확도를 탓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날선 지적들이 나온다.

영국 미러는 "기존 패스워드는 해킹을 피해 수정하면 그만이지만, 홍채는 (수정이 불가능해) 일평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홍채인식 스마트폰이 오히려 소비자들을 새로운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칼럼에서 "(갤럭시노트7의 홍채인식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많은 기술은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Gimmick)"이라며 "삼성에 발명의 어머니는 필요가 아니라 마케팅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영미권 언론 매체들의 이런 부정적인 반응에는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삼성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한국 언론이 최근 보도에서 중국 화웨이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전작 갤럭시노트5보다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출하량을 1천200만대로 예상했다. 애플 아이폰7, LG V20과의 한판 대결이 관건이다.

IT 전문매체인 드로이드 라이프는 '갤럭시노트7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내용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4일 오후 4시 현재 9천692명의 응답자 중 58%가 '없다', 23%가 '있다', 19%가 '못 정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5일 "다양한 홍채인식 관련 앱이 재빠르게 등장하고, 소비자들이 홍채인식 자체에 피로를 느끼지 않아야 승산이 있다"며 "경쟁사들은 갤노트7의 성패에 따라 차기 스마트폰의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