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불황 여파로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소비 모두 답답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실질소득은 전혀 증가하지 못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대다수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을 택했다.
교육비·식료품비 등 주요 지출이 줄어든 반면 주류·담배 지출은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고소득층 소득은 증가했지만 저소득층 소득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해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물가 상승률 고려한 가구소득 증가율 '0'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다.
가구소득 상승률은 2014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2∼5%대를 나타냈다가 지난해 3분기 0.7%로 뚝 떨어진 뒤로 4분기 연속 0%대를 맴돌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로 보합세를 보였다.
실질소득 증가율 역시 지난해 2분기 2.3%에서 3분기 0.0%로 내려간 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0.2%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가구소득 중에서는 재산소득이 9.8%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저금리 여파로 이자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재산소득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사업소득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세 비중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대소득이 줄었고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명목 임금 상승 등으로 근로소득은 1.9% 증가했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 등이 무상으로 주는 소득인 이전소득은 3.8% 늘었다.
◇ 100만원 벌고 71만원 써...평균소비성향 역대 최저
가계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351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다.
그러나 소비지출은 249만4천원으로 1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0.7%포인트(p) 하락했다.
100만원을 벌었을 때 70만9천원을 소비지출에 썼다는 뜻으로,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전 최저치는 2014년 4분기와 지난해 3분기 71.5%였다. 3분기 만에 다시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가구는 소비 대신 저축을 택했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하지 않고 쌓아두는 돈인 흑자액은 102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평균소비성향이 떨어지는 것은 인구 고령화와 저유가가 맞물린 탓이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30∼4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이 높은데 고령화로 60대 이상 가구주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성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출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가 하락요인을 제거하면 가계지출이 0.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 교육비·먹거리 씀씀이도 줄였지만...담배지출은 10.9%↑
2분기 가계는 교육비, 식료품비와 같은 중요 부문 지출마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 2분기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월평균 32만9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했다.
가격하락 등의 영향으로 곡물 지출이 12.6% 줄었고, 당류 및 과자류(-9.0%)와 유제품 및 알(-6.7%)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의류·신발 지출은 16만5천원으로 2.5% 줄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7만3천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했다.
월세가구 비중이 증가하며 실제 주거비는 6.0% 증가했지만 유가 하락과 도시가스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연료비가 10.1% 감소한 덕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은 10만4천원으로 5.1% 줄었다.
통신비 지출은 14만6천원으로 1.1% 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기기 구입 감소로 통신장비 지출이 4.6%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교육비 지출은 23만원으로 0.7% 감소했다. 고등교육 등 정규교육(12.1%) 지출이 늘어난 반면 학원 및 보습교육이 2.1%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류·담배 지출은 3만5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특히 담배는 10.9%나 뛰었다. 작년 초 담뱃세 인상으로 소비량이 줄었다가 다시 회복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보건 지출은 17만5천원으로 3.7% 증가했다. 치과서비스(28.5%) 증가폭이 컸고 의약품(6.2%)과 외래의료서비스(2.3%)도 늘었다.
교통 지출(32만원)은 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에 따라 운송기구 연료비(-9.2%) 부담은 줄어든 반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자동차 구입이 16.5% 증가했기 때문이다.
◇ 빈부격차 악화...저소득층 소득 감소폭 커
2분기 고소득층 소득은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 소득은 크게 줄면서 소득불평등은 더 악화됐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39만6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는 821만3천원으로 1.7%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을 가장 낮은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4.51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4.19)보다 상승했다.
1분위 소득이 줄어든 것은 대다수 1분위에 속하는 임시·일용직과 고령층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2분기 1분위 소득 증가율이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2분기 1·2분위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줄었지만 3·4·5분위 가계소득은 증가했다.
지출은 1·2·3분위가 줄었고 4·5분위는 늘었다.
1분위는 교통(-14.6%), 오락·문화(-5.9%) 등에서 주로 지출이 감소했고 5분위는 주류·담배(16.6%), 보건(19.2%) 등에서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가 포함되는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78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증가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영향으로 경조사비 등이 포함된 가구 간 이전지출은 3.7% 줄었고 종교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지출도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보험 가입자 증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사회보험·연금 지출은 각각 4.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