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 곳곳에서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들 두 기구는 6일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서 가뭄과 같은 기후 충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식량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글로벌 식량 위기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 그럭저럭 살아가던 수백만 가정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48개 나라가 정치적인 불안과 폭동, 시위 등으로 발이 묶였던 2011년 '아랍의 봄'이나 2007~2008년 식량 가격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페루, 스리랑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 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고 비즐리 총장은 강조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몇 달간 극도의 빈곤이 예상되는 '빈곤 위험지역'에 시급한 인도적인 지원을 촉구하면서,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남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6개국을 재난에 직면한 '최고 경계' 지역으로 꼽았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등은 가뭄을, 남수단은 4년째 대규모 홍수를 겪고 있다. 카리브해 지역은 허리케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서 최대 75만명이 기아와 죽음에 직면했으며 이중 40만명가량이 내전 중인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두 기구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적인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향은 가뭄, 홍수 등 기후 충격에 따른 식량 생산 감소와 경제불안,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 지역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글로벌 식량 위기를 야기해 사람들을 가난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유엔 러시아 대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식량 안보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게 항구를 봉쇄한 채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곡물을 팔아치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신빙성 있는 보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최근 출항한 선박 10여척에 실린 밀을 '장물'로 지목해 경고하는 내용의 외교문서를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 등 14개국에 발송했다고 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