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름 냉방철을 앞두고 광범위한 정전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월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100만BTU(열량단위)당 9.40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8.9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BTU당 9달러를 넘어선 것은 값싼 셰일가스가 대량 공급되기 전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거래가 활발한 7월물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BTU당 8.895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이번 달에만 20% 오르는 등 지난 1년 동안 196% 급등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겨울철 난방수요 충족을 위한 천연가스 재고 확보가 이뤄지기 전에 여름철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천연가스 재고는 5년 평균치보다 15% 줄어든 상태였다. 이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와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 내 천연가스 증산에 따른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는 증가했지만, 굴착 장비와 인력의 부족, 파이프라인 용량 제한, 증산보다는 수익을 부추기는 경영진 보상책 등의 영향으로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올여름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석탄 가격의 고공행진과 미 서부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감소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급증한 상황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달 말 7달러를 넘어서자 헤지펀드와 투기 세력이 가격하락을 예상한 공매도를 늘린 것도 향후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에너지 거래업체인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천연가스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7월물 가격이 100만BTU당 1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영리 단체인 북미 전력계통신뢰도협회(NERC)는 최근 보고서에서 천연가스 상승으로 인한 발전량 부족으로 올여름 광범위한 정전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NERC는 전력망 업체 'MISO'가 담당하는 미 중서부, 아칸소·미주리·루이지애나주 등 미 남부, 캐나다 매니토바주 등지의 발전 용량 부족이 올여름 에너지 비상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가뭄에 따른 수력 발전량 감소 등으로 올여름 전력난 우려가 커지자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겨울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한 텍사스주도 폭염이 예상되는 올여름에 충분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 절약을 주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폭스비즈니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