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로 인한 에너지 공급란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럽에서 러시아 제재로 유럽만 고통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와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액시오스에 따르면,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8명의 연구진과 함께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인해 전례 없는 자본 유출과 인구 이동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는 당초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재앙적 경제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개괄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최초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118쪽 분량의 보고서는 투자은행의 미공개 분석 정보와 국제파트너사 등 러시아 내외에서 얻은 여러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 금융·패션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10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전면 철수했다. 연구진은 이들 기업의 가치는 6000억 달러(약 77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0%, 일자리 100만 개를 잃었다. 이로 인해 지난 30여년간 외국인 투자를 통해 발전을 이뤄온 러시아의 시장 경제를 그 이전으로 후퇴시킨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방 기업의 이탈은 러시아의 국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 부족, 인력 유출 사태가 심각해진 탓이다. 러시아 내에서 자체 생산이 전면 중단된 산업도 생겼다.
연구진은 러시아의 재정 상태가 외부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재정 및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극단적이고 지속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 지표가 굳건한 것으로 나타나 제재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러시아의 통계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방의 경제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모든 영역을 완전히 마비시켰다"며 "서방 세계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문제에 대해서도, 천연가스 문제는 유럽이 러시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러시아에게 유럽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는 유럽을 대치할 만한 다른 시장이 없으며, 러시아가 천연가스의 83%를 유럽에 공급하고 있지만, 유럽은 천연가스의 46%만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20%로 줄이면서 유럽에서는 이미 올 겨울 천연가스 대란을 염려하고 있다.
한편, 이란과 중국산 무기들이 러시아로 흘러들어 가게 될 경우 전쟁의 장기화가 현실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