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앤비디아와 AMD에 중국과 러시아에 AI용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칩을 판매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지난 31일(수)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가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하는 일부 첨단 제품에 대해 수출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앤비디아는 이미 중국에 발부받은 해당 제품만 약 4억달러(5417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앤비디아 주가는 6.5% 폭락했다.

미 상무부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무기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품목별 라이선스제를 도입했다. 해당 품목을 이들 국가에 수출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당국은 이번 규정이 엔비디아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 H100(코드명 호퍼) 등이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위험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엔비디아에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은 사실상 중국에 판매가 어려워졌다.

해당 반도체는 디지털 트윈, 딥러닝 추론, 인공지능(AI) 언어 등 AI 개발에 쓰이는 첨단 칩들이다. 또 H100은 주로 데이터센터용으로 쓰이는 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데이터센터는 AI 공장"이라며 H100을 '세계 AI 엔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국은 이들 칩과 유사한 성능을 가지는 향후 엔비디아의 모든 집적회로(IC) 제품군을 라이선스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국은 이들 제품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물품으로 사용된다는 위험 요소가 없어야지만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엔비디아 측에 통지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놓고) 현재 중국 고객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라이선스가 요구되지 않는 제품으로 중국 고객의 데이터센터 설립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비디아

AMD의 MI250 칩도 동일한 규제를 받았다. 다만 그 이전 세대 제품인 MI100 반도체는 규제대상에서 배제되었다. MI250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고성능 컴퓨팅과 AI 훈련용으로 사용된다. 

엔비디아와 AMD의 GPU는 AI 관련 작업에 가장 널리 쓰이는 반도체로서 양사는 세계 GPU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CNBC는 이와 관련 보도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영업 비밀을 훔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미국 기술로 만든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을 계속하고자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번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전형적인 과학기술 패권주의이며, 시장경제 규칙을 위반하고 국제 경제 및 무역질서를 파괴하는 것"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