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 천연가스관에서 연이은 폭발과 함께 가스가 누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원인과 배후를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고 해역 인근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해상교통당국은 이날 유럽행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두 곳에서 가스 누출을 확인하고 경보를 발령했다. 그 직전에는 덴마크 에너지청이 '노르트스트림2'에서 가스 누출을 발견했다.

두 가스관은 가동상태는 아니지만 내부에 가스가 차 있다. 노드스트림2는 지난해 말 완공됐으나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승인이 취소돼 아예 가동을 못하고 있으며, 노드스트림1은 에너지를 무기화한 러시아가 지난달 일방적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덴마크 에너지청은 "(가스관에) 작은 균열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구멍이 났다"며 "앞으로 수일간 많은 가스가 누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덴마크 국방부도 해수면 위로 가스 거품이 솟아오른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하면서 거품직경이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가스관 폭발

스웨덴 국영방송 SVT는 "지진학자들이 지난 36시간 동안 가스 누출 발생 지역에서 강력한 수중 폭발을 관측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 폭발은 26일 오전 2시 3분, 두 번째 폭발은 26일 오후 7시 4분에 기록됐다. 스웨덴국립지진 네트워크는 "폭발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해저 가스관 두 곳에서 같은 날 세 차례나 잇달아 가스가 누출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사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적 파괴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같은 가스관 폭발과 누출은 공교롭게도 폴란드로 노르웨이 가스를 수송할 새 가스관 '발틱 가스관' 가동 개시를 하루 앞둔 시점이라, 이러한 추측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노르웨이 가스는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과 러시아는 사고 배후를 놓고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는 전체 대륙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다.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누출이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탓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제에 반발해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계속해서 줄여온 것을 볼 때 이번 누출 역시 러시아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유럽의 한 안보 관계자는 "고의적 손상의 징후가 있다"면서 "결론은 이르지만, 누가 이로 인해 이득을 볼 것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