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던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취임 44일만에 사임함으로써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통해 "찰스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어서 물러난다"며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는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는 다음 주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보수당 의원들만 투표하고 전체 당원 투표는 하지 않는다.

예산안은 예정대로 10월 3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는 아직 안개속이다. '사실상 총리'로 불리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9월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쓰라린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직전 기록은 19세기 초반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며 '철의 여인'을 꿈꿨으나 대규모 감세안 발표에 따른 금융시장 대혼란으로 결정타를 맞은 뒤 지도력이 훼손됐다.

새로 입각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그러므로 인해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트러스 총리는 신뢰를 회복하지며 의회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영국 트러스 총리

(영국 트러스총리가 의회에서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많은 야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19일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이 돌연 사임안을 발표하면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무너뜨린 '내각 엑소더스'의 전조란 해석도 나왔다.

브레이버먼 전 장관이 밝힌 사임 이유는 '보안 규칙 위배'이다. 그는 "이민 정책에 대한 의회 지지를 받고자 정부 공식 문서를 개인 메일 계정으로 내보냈는데, 이건 규칙 위반"이라며 스스로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사임 이유는 트러스 총리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게 영국 정치권의 해석었다. 

브레이버먼 전 장관은 "우리가 실수하지 않은 것처럼,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 실수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일이 마법처럼 잘 풀리길 바라는 건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라며 "나는 실수를 했고 책임을 느끼기에 물러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궁지에 몰린 트러스 총리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러스 총리는 결국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 사임 하루만에 총리직 사임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