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인상)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나는 논란이 있어왔으나 경착륙 가능성에 무게가 점점 기울어 지고 있다. 심지어 100년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포춘 등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는 지난 3일 고객 서한을 통해 "전 세계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치닫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경제침체가 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인 1920~1930년대 미국 대공황 수준으로 극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엘리엇은 560억달러(약 8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회사로 1977년 창사 이래 단 두 해를 제외하고 모두 수익을 낸 곳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엘리엇

(Photo : 폴 싱어 엘리엇 설립자 및 대표)

엘리엇은 "저렴한 돈, 값싼 돈의 시대가 끝나면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극단적으로 도전적인 상황에 놓였다"며 "(이에 따른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기간 경험한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1980년대의 약세장과 오일쇼크, 1987년의 시장 붕괴, 2000년대 닷컴버블,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었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을 다 봤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깊은 침체에 대한 경고는 시간이 갈 수록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올 3월 이후 6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미 기준금리가 올 초 최고 0.25%에서 현재 4.00%로 올랐지만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9월 5.1%로 전월(4.9%)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기준금리가 6%로 가야 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심각할 가능성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실물경제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씨티는 이날 "지난 50년 중 여덟 번째로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는 '실적 침체'가 시작되고 있다"며 "시장 전망은 내년 기업 실적이 5% 성장에 그친다는 것이지만 우리의 모델로는 5~10%, 경착륙 시나리오에는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미국보다 유럽이 더 크다. 영국을 비롯한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고이후 에너지 대란으로 인플레이션이 9%이상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라트비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가벼운 침체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유럽 내 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영국에서는 감세안발표로 인해 채권 투매현상을 보이며 금융위기 조짐까지 일었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 침체가 올지, 얼마나 심각할지 아무도 모른다. 연준의 역할은 가격 안정성을 찾는 것뿐"이라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유럽의 침체 강도가 깊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국 중앙은행(BOE)도 영국의 경기 침체가 올 3분기에 이미 시작돼 2024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192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기간의 침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연준도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을 거론하면서 시장을 민감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일본 엔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이 일본의 환율방어로 인해 미국 채권 투매현상이 일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영국의 채권 투매 현상이 미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11월 2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후 파월의 발언도 이와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급격한 금리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최종금리는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즉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은 하겠지만,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높을 것이며, 고금리가 길게 갈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잡힐 기미가 없지만, 경기 침체우려는 갈 수록 커지면서 초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최악을 대비하고, 최선을 기대하라"는 파월의 발언의 무게중심이 최악을 대비해야하는 쪽으로 쏠리고 있는 듯하다.